상사 지시로 계약서 썼다가 대여료 청구당해…法 “계약당사자는 회사” 기각
연예인 스타일링 업체 직원 김모씨는 2014년 4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화보 촬영 프로젝트에 투입됐다.프로젝트 담당자는 ‘액세서리 대여업체 M사에 가서 촬영 콘셉트에 맞는 상품들을 골라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김씨는 M사를 방문했다.
그는 반지·귀걸이 등 각종 보석 액세서리 수십 점을 고른 다음 사진을 촬영해 담당자에게 전송했다. 담당자는 그중 22점을 낙점했다.
M사는 연예인 협찬 제안이 들어오면 화보 사진을 홍보용으로 받는 조건으로 액세서리를 무료 대여해주고 있었다.
대신 사진 제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석 가격 총합의 20%를 대여료로 받았다. 김씨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때 김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신의 운전면허증 사본을 첨부해 자신 이름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했다.
며칠 뒤 김준수 화보 촬영이 끝나고서 김씨 회사는 보석들을 M사에 반환했다. 그러나 화보 사진은 제공하지 않았다.
M사 측은 두 달 넘게 화보 사진을 받지 못하자 계약서를 작성한 김씨를 상대로 액세서리 사용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화보에 쓰인 액세서리 22점 가격은 모두 합쳐 약 2천만원이었다.
김씨는 부주의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탓에 가격 총합의 20%인 약 400만원을 고스란히 물어낼 위기에 몰렸다.
약 1년에 걸친 재판 끝에 작년 6월 1심 재판부는 M사 손을 들어줬다.
김씨가 계약서에 자신을 계약 당사자로 적고 직접 서명까지 했는데, 회사를 대리해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문구는 넣지 않았던 것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동부지법 민사1부(염원섭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김씨에 대한 M사의 사용료 청구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상사 지시에 따라 M사를 방문하고서 상사에게 사진을 전송한 뒤 상사가 허락한 제품들을 최종적으로 계약한 사실을 봤을 때 김씨 개인을 해당 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M사 대표가 1심 판결 후 김씨의 상사에게 대여료 지급을 독촉하는 메시지를 보낸 점을 보더라도 M사 역시 김씨 개인이 아니라 김씨가 근무하는 회사를 계약 당사자로 여겼음이 드러난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