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등교 안했어도 ‘이상무’…4살배기 학대 사망 5년뒤 드러나

3년 등교 안했어도 ‘이상무’…4살배기 학대 사망 5년뒤 드러나

입력 2016-03-20 15:49
수정 2016-03-20 15:4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소변 못 가린다” 친모, 욕조서 가혹행위…숨진 4살배기 딸 암매장

네 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비정한 부모의 범죄 행각이 5년 만에 들통났다.

숨진 딸의 친모는 취학 대상인데도 입학하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딸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안하다’며 뒤늦게 고개를 떨군 30대 계부는 암매장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딸을 욕조에 가뒀는데 죽었다’고 했다”며 의붓딸의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이 사건이 단순 아동 학대가 아닌 살인 사건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대소변 못가린다” 가혹행위…숨진 딸 암매장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19일 물이 담긴 화장실 욕조에서 숨진 딸 아이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로 계부 안모(3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씨는 20일 오후 2시부터 청주지법 오택원 판사의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안씨는 2011년 12월 중순께 당시 4살 날 딸이 숨지자 아내 한모(36)씨와 함께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취학할 나이가 됐는데도 미취학한 아동이 있다는 학교 측의 연락을 받은 동주민센터 직원이 안씨 부부의 진술과 행동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아내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께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고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한씨의 유서 내용을 토대로 남편 안씨를 집중 추궁해 “5년 전 딸이 숨져 시신을 땅에 묻었다”는 자백을 받았다.

◇ “단순 아동 학대 아닌 살인사건”…경찰 수사 확대

경찰은 신병을 확보한 안씨를 상대로 이번 사건이 단순 아동 학대가 아닌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은 사건 담당 부서를 여성청소년계에서 강력계로 이관하기로 했다.

안씨로부터 아내가 욕조에서 딸에게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했고, 숨진 딸을 이틀 동안 아파트 베란다에 내버려두다 진천의 한 야산에 몰래 묻었다는 진술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안씨는 경찰에서 “애 엄마가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딸을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3∼4차례 집어넣었더니 의식을 잃고 숨졌다”고 밝혔다.

다만 “(나는)오전 8시에 출근했다가 오후 9시에 퇴근해 딸을 숨진 사실을 아내에게 전해 들은 것”이라며 의붓딸의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안씨에 대해 구속 절차를 밟는 한편 그를 상대로 의붓딸의 사망 당시 상황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사건해결의 결정적 열쇠가 될 안 양의 시신을 발굴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시신을 찾아 부검하면 안 양 사망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원인을 밝혀낼 수 있고 안양이 숨졌을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21일 안씨가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에 대한 수색작업을 재개한다.

◇ 충북교육청 ‘패닉’…장기결석 학생 전면 재조사

숨진 안 양이 친모의 거짓 입학 의사 표시로 2014년 A 초등학교에서 학적을 얻어 ‘정원외 관리’ 대상이 됐으나 이런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미취학 아동으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21일 장기결석 및 미취학지 초등학생, 장기결석 및 미진학 중학생에 대한 보고가 빠졌는지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안 양 사례처럼 일선 학교가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면 즉각 소재 파악에 나서고 필요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안양은 5년 전인 2011년 12월 만 4세로 숨졌지만, 기록상으로는 2014년부터 A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도교육청은 이미 소재가 불분명한 초등학생 1명과 중학생 7명 등 8명을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