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살도 안된 2013년부터 계모 학대받다 “길에 버렸다”“온몸에 멍든 자국…한겨울에 굶주리며 동네 배회”
계모에게 버림받아 행방불명된 신원영(7)군이 오랫동안 학대를 받아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계모가 “길에 버렸다”고 진술한 원영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베일에 가려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그가 ‘춥고, 배고프고, 아픈’ 시간을 보냈음이 연합뉴스 취재 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신군의 행적을 시간순으로 추정해본다
◇ 2013년 : 계모 등장…학대·구타·굶주림의 시작
2009년 9월생인 원영이가 만 4살도 되지 않은 2013년 5월 아버지 신모(38)씨는 새엄마라며 김모(38)씨를 집으로 데려왔다.
원영이와 세살 위인 누나는 처음엔 계모와 서먹서먹 했으나 밝은 성격 탓에 이내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모는 남매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아침밥은 거의 먹이지 않았고, 제대로 씻기거나 입히지도 않았다.
틈만 나면 회초리로 때렸고, 베란다에 가둬놓기도 했다.
그해 겨울 두 남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얇은 옷만 입은 채 동네에서 놀고 있었다.
두터운 옷을 껴입어도 칼바람에 한기를 느낄 정도로 추운 겨울 날씨였지만 어느 누구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평택 모 지역아동센터 교사가 근처를 지나다가 두 남매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 때 2013년 겨울이었다.
이 교사는 남매를 지역아동센터로 데려가 밥을 먹인 뒤 돌봐줬다.
남매는 오랜만에 ‘따뜻하다’고 느낄만한 곳에서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센터에 정식으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센터 교사들은 두 남매를 식구처럼 돌봤다.
그래서인지 남매는 “오늘도 밥을 못먹었다”며 센터에 들러 시간을 보내곤 했다.
◇ 2014년 : 지역아동센터·유치원 ‘전전’…“온몸에 멍든 자국”
부모의 방임 속에 두 남매는 이곳에서 굶주린 배를 채웠고, 나중에는 아동센터 운영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이렇게 보낸 시간은 무려 석 달이나 된다.
그나마 남매가 웃음을 보이며 행복해하던 시기였다.
다음 학기가 시작된 2014년 3월, 신군의 아버지는 아동센터를 직접 찾아 “아이를 돌볼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아동센터의 한 직원은 두 달 가량 자신의 집에서 신군 남매를 돌봤고, 4월에는 긴급아동추천서를 통해 센터에 정식으로 등록했다.
원래 아동센터 등록은 부모의 동의를 받아 돌봄이용신청서를 쓴 뒤 시군구를 통해 하도록 돼 있지만, 신군 남매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아 기준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딱한 사정의 신군 남매를 돌보기로 결심한 교사들은 부모 동의만 얻은 뒤 이처럼 다른 방식으로 센터에 등록했다.
다시 한달이 흘러 신씨 부부는 아이들 양육문제로 부부싸움을 벌였고, 두 남매는 친모에게 잠시 맡겨졌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동센터 관계자는 “남매의 아버지가 아이를 돌볼 수 없다고 해서 센터 교사가 아이들을 맡아 한동안 돌봐줬다”며 “신군을 씻기려고 옷을 벗겼다가 허벅지와 종아리에 회초리 자국을 발견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원영이의 누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신군은 평택의 한 사립유치원을 다니고 있었다.
한창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나이에 남매는 세상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 센터 교사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생존’해야 했다.
이후 원영이는 2014년 9월 유치원을 누나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으로 옮겨 연말까지 다니다가 그후론 나타나지 않았다.
◇ 2015년 : 유치원 퇴원·아동센터 등록도 해지…행적 묘연
학대를 의심한 아동센터 측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수시로 남매의 사정을 알렸고, 부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아동센터 또다른 관계자는 “아이가 유치원도, 아동센터도 나오지 않아 집에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부모로부터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핀잔만 들었다”며 “아이를 찾기 위해 한달 뒤인 2015년 1월, 파출소를 찾아가 ‘아이가 보이지 않으니 확인을 좀 해달라’고 신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동센터 측은 신군 남매가 석 달 가까이 나타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장기결석으로 센터 등록을 해지했다.
유치원 또한 퇴원 처리됐다. 신씨 부부는 “집에서 교육하겠다”며 유치원을 그만두게 한 것 전해졌다.
신군의 누나는 아동센터 등록이 해지된 후인 지난해 4월, 평택 시내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옮겨졌고 인근의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신군은 계모의 학대를 받으며 지금의 집에 계속 남게 됐다.
아동센터는 남매가 걱정돼 그 뒤로도 남매의 소식을 신씨에게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진 못했다고 한다.
신군이 살던 동네 주민들도 “작년 11월부터는 영원이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 2016년 : 초등학교 입학유예신청…“길에 버렸다” 진술
아버지 신씨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인 신 군을 1월 7일 예비소집일에 데려가지 않았고, 같은달 14일 초등학교에 입학유예를 신청했다.
아동센터 관계자는 신군의 초등학교 입학날인 이달 2일 혹여 아이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관내 초등학교를 찾아갔지만 신군을 만나진 못했다.
센터측은 3일 읍사무소를 통해 신군에 대한 입학유예신청 사실을 확인하고, “가정폭력이 의심되니 아이의 안전상태를 반드시 확인한 후 입학 유예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입학유예 관련 심의를 앞두고 차일피일 학교 출석을 미루던 신씨 부부는 지난 4일 급기야 “아이가 없어졌다”는 변명을 늘어놨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누나로부터 “그동안 계모에게 1주일에 3∼4차례 회초리로 맞았고 베란다에 감금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신씨 부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계모 김씨는 “지난달 20일 신군을 길에 버리고 홀로 돌아왔다”고 자백했지만, 아직 신군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신군을 데리고 자택 인근 초등학교를 지나 해군 2함대 사령부 방면으로 향하는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해 신군을 찾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아동센터와 유치원 관계자를 통해 학대당해 온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아동센터 관계자는 “원영이는 2014년 12월 초까지만 센터에 나왔고, 그 이후에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실종이 됐다니 가슴 아프다”며 “그 동안 원영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갖은 방법을 동원해 확인하려고 했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제발 살아있기만을 바란다”고 애타는 속내를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