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말하지 말랬어요”…학대 의심 신호 있었다
계모의 학대를 받다 실종된 7살 남자아이가 1년 가량 경기도 평택의 모지역아동센터를 오가며 끼니를 해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 아동센터에서는 아이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 학대를 의심해 부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종아동 A(7)군이 다니던 평택시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지난 2013년 겨울부터 동네를 돌아다니던 A군 남매는 한겨울인데도 얇은 옷을 입는 등 행색이 초라해 한눈에 보기에도 ‘방임’ 아동임을 알 수 있었다”고 9일 말했다.
이어 “A군 남매는 ‘밥을 먹지 못했다’, ‘배가 고프다’고 말했지만, ‘밖에서는 집안일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주먹밥 등 먹을 것을 손에 쥐어주면 ‘엄마(계모)에게 들키면 안 된다’며 신발주머니에 숨겨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군 남매는 2014년 4월초 긴급아동추천서를 통해 지역아동센터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원래대로라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 돌봄이용신청서를 쓴 뒤 시군구를 통해 등록해야 하지만, A군 남매 부모의 소득수준 등이 높아 기준과 맞지 않았던 탓이다.
다른 관계자는 “A군 남매의 아버지가 이혼으로 인해 아이를 돌볼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 센터 직원이 아이들을 한 달여 동안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돌보기도 했다”며 “A군을 씻기려고 보니 양 허벅지와 종아리에 회초리로 맞은 멍자국이 다수 발견됐다”고 증언했다.
2014년 5월 A군 남매는 일단 친모에게 갔다가 다시 아빠와 계모에게로 보내졌고, 연말까지 센터에 다니다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센터 관계자는 “A군 남매의 친모를 통해 아이들을 친부와 계모에게 돌려보냈고 이후 A군은 인근 병설유치원에 다니다가 2014년 12월 초부터 찾을 수 없었다”며 “의심스러워 A군 남매 부모와 연락을 끝없이 시도했지만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장기결석이 돼 2015년 3월 등록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을 통해서도 A군이 추운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다니고,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다니는 등 방임 정황을 들었지만, 센터가 강제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며 “아이가 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A군을 찾기 위해 경찰 수사 등에 협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