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원인 책임감 측면 고려안한 기계적 판단” 유감 표명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됐다가 자살한 단원고 전 교감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은 유족은 물론 소송을 지원한 교원단체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대법원은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단원고 강민규(당시 52세) 전 교감의 부인 이미희씨가 “순직유족 급여를 지급하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2014년 8월 당시 안전행정부 순직보상심사위원회의 순직 신청 기각 이후 1년 넘게 끌어온 유족의 법정 다툼은 일단락됐다.
소송을 지원한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는 “법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판례를 기계적으로 답습한 것”이라며 “죽음의 형태가 자살인지, 물리적 직접적 위해로 사망했는지 하는 단순한 기준으로 순직대상을 결정한 순직보상위원회의 후진적 관행을 바로잡는 기회를 놓쳤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경기교총 최승학 교권·정책과장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 심리적 상황 등을 고려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판단의 틀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 사법체계의 행정편의적 판단을 이번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추인한 것이어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인솔책임자로서 살아 돌아왔다는 자책감과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자살의 원인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인 ‘생존자 증후군’으로 판단했다.
소송을 대리한 노생만 변호사는 “생존자 증후군 유형 중에서 책임감으로 인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판례를 만들지 못하고 죽음의 형태(자살)로만 판단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군인(군인연금범)이 아닌 일반 공무원(공무원연금법)의 자살을 순직으로 인정해달라는 사실상 첫 소송에서 새 판례를 확립할 기회를 놓쳤다는 말이다.
강 전 교감의 부인 이씨도 전화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지만 남편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억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는 “물질적인 것(유족급여)을 바라고 소송을 낸 것이 아니었다”며 “소송에서 져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 가족에겐 훌륭한 남편과 아빠로 남아 있다”고 여러 차례 울먹였다.
최근 교실 문제로 진통을 겪는 단원고 상황에 대해 묻자 “잘 협의해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고 합심해 더 좋은 학교로 만들길 바란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확정 판결로 원고 측은 아쉬움 속에서 법정 공방을 접기로 했다. 헌법 소원 등 추가 대응은 현 시점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강 전 교감은 세월호 참사 이틀 뒤인 2014년 4월 18일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단원고로 부임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 수학여행단을 인솔하고 떠났다가 제자 250명, 교사 11명과 함께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그는 지갑 속에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 선생을 할까”라고 적힌 유서를 남겼다.
경기교총은 강 전 교감에 대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학생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그로 인한 정신적 외상이 원인이 돼 사망했다”는 보고 있다.
경기교총과 변호인 측이 목격자에게서 확인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와 진술서를 보면, 침몰 사고 당시 그는 학생과 승객 20여명을 대피시키다가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헬기로 구조됐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교원 10명 중 7명은 순직을 인정받았으나 기간제 교사 2명과 강 전 교감은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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