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정보로 포격했어도 가해 주체는 미군”…과거사위 결정 취지 수긍
6·25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를 낸 미군 포격에 국군이 관여했더라도 한국 정부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미국 해군의 함포 사격으로 숨진 방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4천88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방씨는 1950년 9월 피란길에 경북 포항 송골해변에서 미 태평양함대 소속 구축함 헤이븐호의 함포 사격에 숨졌다. 국군 3사단 해안사격통제반으로부터 포격명령을 받은 헤이븐호는 당초 재확인을 요청했다. 표적이 피란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제반은 “적군이 섞여있다는 육군의 정보가 있다”며 재차 포격을 명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는 2010년 이런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격 주체를 미군으로 보고 한국 정부가 직접 손해배상하는 대신 사과나 피해보상은 미국과 협상하라고 권고했다.
하급심은 포격 명령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갈렸다.
1심은 “국군 3사단에 파견된 미 군사고문단 에머리치 중령이 해안사격통제반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에머리치 중령이 국군 의사와 무관하게 독자적 재량권을 가지고 결정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 국군이 포격해달라고 요청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뒤집었다.
대법원은 포격 명령의 책임을 떠나 과거사위 결정의 취지에 주목했다. “적군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적으로 간주하라”는 미군의 피란민 정책, 민간인으로 위장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한 미 해군의 함포사격이 결합한 결과라는 게 과거사위의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과거사위는 한국 정부 또는 소속 공무원의 가해 행위가 아니라 미군에 의해 방씨가 희생됐다는 취지로 결정했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