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선 노점·텅 빈 상점… 유커가 만든 ‘명동 양극화’

줄 선 노점·텅 빈 상점… 유커가 만든 ‘명동 양극화’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6-02-17 23:08
수정 2016-02-18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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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관광객은 노점을 좋아해

노점상 “쉴 시간도 없네요” 상인회 “가게 80% 문 닫을 판”
상인들 “노점, 세금 안 내고 불법” 노점상 “우리 덕에 관광객 늘 것”

“경기가 안 좋다고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중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장사가 아주 잘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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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 노점상 앞에서 관광객들이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 노점상 앞에서 관광객들이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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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먹자골목 음식점에는 인적이 끊겨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먹자골목 음식점에는 인적이 끊겨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45)씨는 빠르게 음식을 뒤집으며 “말할 시간도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옆에 있는 직원은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5명의 중국인 관광객에게 음식을 싸주었다. ‘가리비 버터구이’, ‘문어 꼬치’, ‘바나나튀김’, ‘딸기 찹쌀떡’ 등 이색 노점상 앞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반면 한우전문점, 해물전문점 등 식당들이 즐비한 먹자골목은 너무나 한산했다. 한창 저녁시간인데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집도 있었다. 호객 행위를 하는 직원은 음식점 안에서 가게 밖 골목만 바라봤다. 명동에서 20년간 소고기 구이집을 운영해 온 홍혜수(66·여)씨는 “사람들이 노점상에만 가고 식당은 아예 안 찾아서 매출이 한창 때인 3년 전의 3분의1 수준”이라며 “이대로라면 곧 가게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서울 도심의 ‘외국인 관광 1번지’인 명동이 중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 지역 상권의 표정이 극명한 양극화로 갈리고 있다. 노점에만 손님이 몰리면서 상점들의 매출은 급감했다. 상점 주인들은 “일본인들의 자리를 중국인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동희 명동상인회 사무국장은 “일본 사람들은 노점에서는 간단히 간식 정도만 먹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노점에서 완전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명동 음식점의 80% 정도는 지금 심각한 상황이고, 폐점을 고민하는 사장들도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3년부터 일본인을 앞질렀다. 동시에 2013년을 기점으로 중구의 음식점 수도 줄기 시작했다. 2011년 2917개에서 2013년 3062개로 늘었지만 2014년에는 3044개로 감소했다. 중구 관계자는 “현재 200여개에 이르는 명동 노점상 중 80%인 160여곳이 음식을 팔고 있다”며 “예전에는 머리핀이나 휴대전화 케이스를 파는 액세서리 노점이 많았지만, 그 자리를 음식 노점이 빠르게 대체한 상황”이라고 했다.

식당과 노점상 간에 희비가 엇갈리다 보니 충돌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삼겹살을 판매하는 노점상에 대해 상인회가 업종이 겹친다면서 항의를 했고, 결국 노점상은 품목을 바꿨다. “세금을 내지 않고 점포보다 수익을 더 얻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상인회 측은 서울시가 현재 푸드트럭의 영업 장소를 명동 등 관광특구까지 확대하는 ‘음식 판매 자동차 영업장소 및 관리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데 이렇게 되면 상점들의 타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자신들 때문에 명동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상점에 들어가는 관광객들도 덩달이 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중구 관계자는 “노점상이 불법이지만 생계가 걸린 만큼 양성화해 관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올해 안에 1명당 1개의 노점을 허용하는 노점 실명제를 도입해 ‘문어발식 기업형 노점’을 퇴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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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2-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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