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고 싶어서”…병실에 불지른 폐쇄병동 女 환자들

“아이가 보고 싶어서”…병실에 불지른 폐쇄병동 女 환자들

입력 2015-12-22 10:56
수정 2015-12-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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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3시께 광주 북구의 종합병원 폐쇄병동, 5명이 곤히 잠든 병실에서 인기척이 났다.

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격리 치료 중인 박모(35·여)씨는 삐걱대는 철제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벗어놓은 자신의 옷에 라이터로 불을 댕기기 시작했다.

“칙! 치익…”

수차례 라이터 부싯돌을 당기기를 반복했으나, 옷가지에서는 눈을 따갑게 하는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를 뿐 쉽사리 불이 붙지 않았다.

같은 병실에 누워 있던 김모(20·여)씨는 박씨와 눈을 맞추며 이 광경을 지켜보다 답답한 마음에 박씨에게서 라이터를 빼앗아 들고 직접 이불에 불을 붙였다.

불이 꺼진 병실은 곧장 환한 불길로 밝아졌고, 검은 연기가 가득 메웠다.

간질 증세로 폐쇄병동에 입원 치료 중인 김씨는 비교적 온전한 정신과 젊은 나이 덕분에 이 병실의 사실상 리더였다.

김씨는 폐쇄병동에 격리돼 얼굴을 볼 수 없는 어린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박씨와 탈출을 하기로 결심했다.

불을 질러 환자와 병원직원이 대피하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병원 밖으로 나갈 ‘위험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막상 병상 침대와 이불 등에 불길이 치솟자 당황한 이들은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 병원 당직 간호사에게 불이 났다고 알렸다.

병원 직원과 환자들이 합심해 진화에 나서면서 불은 이불과 매트리스를 일부만 태워 100만원상당의 피해를 내고 꺼졌다.

이들은 어설프게 방화 범죄 혐의를 부인했으나, 우왕좌왕하는 행적이 CCTV에 찍혀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를 받은 박씨는 “아이가 보고 싶은데 외출도 못해서 탈출하려고 했다”고 애끊는 모정을 털어놨다.

경찰은 이들이 비록 환자들이지만 병원건물에 불을 질러 자칫 다수의 인명에 위험을 끼칠 뻔 했다고 보고 불구속 입건해 처벌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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