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소요죄 적용…警 “치밀하게 폭력시위 기획”

29년 만의 소요죄 적용…警 “치밀하게 폭력시위 기획”

입력 2015-12-18 09:24
수정 2015-12-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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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5·3 인천사태’가 마지막…檢, 공소유지 관심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의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경찰이 형법상 소요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형법 115조에 규정된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에게 적용되는 조항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10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 단계에서 소요죄가 적용된 마지막 사례는 1986년 5월3일 인천에서 벌어진 ‘5·3 인천사태’다. 신한민주당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추진에 반발한 재야와 학생운동권 등 1만여명이 시위를 벌여 129명이 구속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도 인천시민회관 일대 도로를 장시간 점거한 채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의 경찰관 폭행과 경찰차량 파손, 민주정의당사 방화 등 과격행위가 벌어졌다.

검찰은 당시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지도위원이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2명이 불법·폭력시위를 사전 계획하고 현장에서 주도했다고 보고 소요죄를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이듬해인 1987년 이들의 소요죄를 유죄로 확정했다.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한 것은 11월14일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폭력시위가 일부 참가자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사전에 장기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된 행위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간 수사 결과를 종합할 때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 등 집회 주최 단체들이 서울 세종로 일대 도로 점거와 경찰 차벽 파손, 경찰관 폭행 등 불법·폭력행위를 미리 기획하고 선동했다고 봤다.

이는 인천사태 당시 시위대가 도로를 장시간 점거해 인천시민회관 일대 교통을 마비시키고 집단으로 폭력행위를 한 결과 특정 지역의 ‘사회적 평온’을 해친 인천사태와 매우 비슷한 양상이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일반적인 집회·시위사범 처벌조항보다 형량이 그리 크지도 않은 소요죄를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적용한 배경에는 11월14일 집회를 이처럼 ‘사전 기획된 폭력시위’로 명확히 규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송치되면서 공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애초 경찰과 검찰 간 소요죄 적용에 대한 교감이 깊었던 만큼 기소도 무리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형식상으로는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하라는 고발이 들어와 경찰이 법리 검토에 나선 것이지만, 검찰과 경찰이 소요죄 적용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면서 긴밀히 협의한 터라 양측의 판단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슷한 불법·폭력시위가 벌어진 다른 집회에서 1986년 이후 소요죄가 적용된 적은 없다는 점에서 ‘무리한 혐의 적용’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9년 만에 소요죄 유죄 판결을 노리는 검찰이 어떻게 공소유지를 할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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