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파고 송유관 뚫어 7개월간 경유 8억원어치 절도

땅굴 파고 송유관 뚫어 7개월간 경유 8억원어치 절도

입력 2015-12-08 14:55
수정 2015-12-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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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 빌려 위장…길이 20m 땅굴서 65만ℓ 훔쳐 주유소에 팔아울산 남부서, 총책 등 5명 구속…”천공 전문가 수사”

땅굴을 파고들어가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8억원 상당의 경유를 훔쳐 판 일당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총책 김모(47)씨, 운반책 이모(41)씨, 판매책 이모(49)씨 등 5명을 구속했다.

김씨 등은 올해 5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7개월 동안 경북 경주시 외동읍 국도 7호선 인근에 매설된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의 송유관(지름 60㎝)을 뚫어 경유 64만8천ℓ(시가 8억2천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송유관이 묻힌 지점 근처에 있는 고물상을 임차한 뒤, 계근대(고철을 실은 화물차의 무게를 측정하는 설비) 지하공간부터 송유관까지 길이 약 20m, 높이 와 너비 각 1.2m 규모의 땅굴을 팠다.

이후 송유관에 지름 1㎝도 안 되는 작은 구멍을 뚫고는 지름 2㎝가량의 얇은 호스를 연결해 조금씩 기름을 빼냈다.

구멍을 크게 뚫으면 송유관이 파열할 우려가 있는 데다, 한꺼번에 많은 기름을 빼내면 송유관공사 유압관리시스템에 적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하나의 송유관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경유, 휘발유, 항공유 등 여러 종류의 기름이 송유된다는 점을 알고 수시로 시료를 채취, 유종 감별장치로 분석해 경유가 지나갈 때만 기름을 훔쳤다.

경유만 빼낸 것은 다른 유종보다 폭발과 화재 등의 위험도가 낮고, 시중에 처분하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승합차 4대를 이용해 훔친 기름을 6∼7㎞ 떨어진 창고로 옮겨 저장했으며, 탱크로리를 이용해 시중에 유통했다.

이들은 고물상의 높은 울타리를 가림막 삼아 외부의 시선을 피해 범행했으며, 고물상 입구에는 CCTV를 설치해 출입자를 감시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경남 창원과 마산 일대 주유소에 (훔친 기름을)팔았다”는 김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판매망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구멍을 내 호스를 연결하는 등 범행 준비를 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송유관 천공 ‘전문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8일 “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에 구멍을 내다 화재 등 대형사고가 나 범죄자가 숨지는 등 송유관 기름 절도는 매우 위험하다”며 “더욱이 인근 토양과 하천 오염 가능성도 있어 일반 절도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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