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압승 후 제기된 폐지론, 헌재 결정으로 타격
헌법재판소가 26일 교육감 직선제를 규정한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을 각하해 교육감 직선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이 대거 교육감으로 당선된 직후 직선제 폐지론을 들고 나온 여권과 보수진영이 앞으로 이를 계속해서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작년 여권 중심으로 폐지론 부상…조희연 교육감 유죄판결 뒤 재점화
헌재는 이날 교육감 직선제를 규정한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 43조에 대해 “교육감 선출에 주민의 직접 참여를 규정할 뿐 그 자체로서 학생·학부모·교원 등에게 어떠한 법적 지위의 박탈이란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작년 6월 4일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직후 여당을 중심으로 처음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감을 지금처럼 직선으로 뽑은 것은 2007년부터다. 앞서 1991년까지는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했고 이후 2006년까지는 교육위원회 또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선출했다.
2007년 직선제 전환 당시에는 재·보궐선거가 진행됐고, 전국동시선거형태로 교육감 선거를 치른 것은 2010년이 처음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는 두 번째 전국단위 교육감 선거였다.
새누리당은 이처럼 시행 10년도 안 된 교육감 직선제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폐지를 목표로 교육감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지난해 6월 15일에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원발의로 제출되기도 했다.
시민사회 쪽에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가세, 그해 8월 교육감 직선제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직선제 폐지론은 그러나 야권과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반발과 다른 정치 일정들에 밀려 표류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4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선거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 선거공영제 도입·후보추천요건 강화 등 보완론 힘 실릴듯
여권은 교육감 직선제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제도라며 교육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해왔다.
주민참여와 지방분권이라는 가치에 매몰돼 교육의 전문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선거비용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다. 일례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출한 선거비용은 33억7천여만원이지만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보다 2억원 가량을 더 쓴 것으로 집계됐다.
보수단체들도 직선제 이후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낙마한 공정택,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과 선거과정 중에 있었던 발언이 문제가 돼 당선무효 위기에 처한 조 교육감을 직선제의 대표적인 폐해로 지목하며 폐지론을 주장해왔다.
반면에 야권과 진보진영은 민주화의 산물인 지방자치제의 한 축인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이러한 직선제 고수 입장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교육감 중 진보성향 교육감이 13명에 달하는 ‘유리한’ 상황도 어느 정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헌재가 이번에 교육감 직선제를 규정한 법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판결 자체가 교육감 직선제의 정당성을 승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교총은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헌재가 교육감 직선제의 위헌성에 대해서 본안 심리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으므로 교육감 직선제가 위헌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복’ 입장을 밝혔다.
직선제 폐지론이 가라앉더라도 여전히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교육의 지나친 정치화와 과도한 선거비용 등의 문제는 상존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개선논의는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야권도 과도한 선거비용 등 교육감 직선제의 불합리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과도한 선거비용에 따른 부작용 등을 막기 위한 선거공영제 도입, 후보자 추천요건 강화, 선거운동방법 개선 등이 현행 직선제의 보완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교총은 국회를 상대로 직선제 폐지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총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직선제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교총의 입장도 변함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교육감 직선제 관련법을 개정하는 공약이 각 정당에 반영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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