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포격도발 5년… ‘충격·공포’에서 ‘차가운 현실’로

북한 포격도발 5년… ‘충격·공포’에서 ‘차가운 현실’로

입력 2015-11-17 13:23
수정 2015-11-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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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 예산 5년 새 ‘반토막’·관광객 급감연평도 주민들 “실질적인 생계 대책 정부가 마련해야”

5년 전 불길에 휩싸였던 연평도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2010년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이 섬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었다. 그러나 신속한 복구작업으로 차츰 제 모습을 되찾으면서 그날의 충격과 공포는 사라졌다.

연평도 포격 5주기를 엿새 앞둔 17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선착장 인근에서 해병대 연평부대원들이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평도 포격 5주기를 엿새 앞둔 17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선착장 인근에서 해병대 연평부대원들이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사이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에 따른 정부 지원은 해마다 줄어 관련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도 뜸해졌다.

‘서해5도 지원특별법’도 연평도 주민들에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츰 외면받는 사이 접경지 연평도 주민들에게는 차가운 현실만 남았다.

◇ ‘다시 찾은 평화’ 제모습 되찾은 연평도…5년간의 변화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이후 이듬해까지 복구 작업에 투입된 비용만 총 309억원이다.

당시 북한의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은 희생 외에도 무허가 건물을 포함해 건물 54동(전파 52동, 반파 2동)이 포탄 170여발에 맞아 피해를 봤다.

군은 이듬해 예산 82억여원을 들여 주택 19채, 창고 10동, 상가 3채 등 모두 32채를 새로 지었다.

비상진료소를 갖춘 최신식 대피소 7곳도 새로 들어섰다. 주민들은 생활안정 지원금을 받게 됐고 공공근로와 같은 일자리도 얻었다.

대피시설을 완비한 유치원과 초·중·고교 통합 교사(校舍)도 183억원을 들여 신축돼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통합 교사는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7천300㎡ 규모로 19개 교실과 각종 지원시설을 비롯해 지하에 337㎡ 규모의 대피시설을 갖췄다.

현재 연평도의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160여명이 새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다.

◇ 처음에만 ‘반짝’…점차 줄어든 정부 지원금과 관광객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듬해인 2011년 6월 정부는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했다. 연평도를 비롯해 백령도와 대청도 등 안보 불안에 시달리는 최북단 섬 주민들에게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까지 10년간 민간자본을 포함, 총 9천109억원을 투입해 주거환경 개선 등 78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 사업 정부 지원 예산은 5년 새 ‘반토막’이 났다.

2011년 첫해 426억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370억원, 2013년 381억원, 지난해 263억원, 올해 231억원으로 해마다 국비 지원액이 비슷하거나 큰 폭으로 줄었다.

살기 좋고 활력있는 서해 5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애초 약속이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시 옹진군 관계자는 “전체 9천억원 예산 계획 가운데 백령도에 국제회의장, 골프장, 크루즈 시설 등을 갖춘 국제관광휴양단지를 짓는 사업 예산만 2천600억원”이라며 “이런 사업은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서해 5도 지원에 인색한 사이 연평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점차 시들해졌다.

연평도 관광객은 2010년 2만2천여명에서 포격도발 이듬해인 2011년 3만5천여명으로 급증했지만 2012년 2만500명, 2013년 2만1천명 등으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난해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끼친 올해에는 관광객 수가 각각 1만6천800명과 1만8천500명으로 급감했다.

◇ 연평도 주민들 “실질적인 생계 대책 마련돼야”

실제로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 당시 일었던 전 국민적인 관심과 정부의 지원 약속이 흐지부지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연평도 주민 김모(49)씨는 “포격 피해를 당하고 주민들이 육지로 나가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불안에 떠니깐 당시 정부는 돈으로 안심시켰다”며 “몇 년 지나니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부 지원도 줄고 관심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주민 이모(51·여)씨는 “북한과 인접한 연평도와 백령도는 사람이 사는 것만으로도 안보 효과가 크다”며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생계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 발의 2년 만인 올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서해 5도 지원특별법도 일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인한 서해 5도 어민 피해를 국가가 일부 보상하는 내용 등이 새로 포함됐지만 당초 개정안에 들어있던 불법조업에 따른 조업손실금에 대한 정부 보상안은 안전행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빠졌다.

정부는 “불법조업에 따른 조업손실액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연평도 어민 박모(55)씨는 “중국어선으로 인한 조업손실 금액을 산출할 방법을 찾는 게 정부가 할 일이지 그 계산법을 모른다고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에게 일시적으로 보조금이나 일자리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향후 정부 지원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옹진군 서해5도특별지원단 관계자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정주생활지원금이나 일자리 사업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한시적인 대책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들어 연평도 주민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마련하고 자립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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