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현장> 애타는 부모 고사장 못 떠나…긴장감에 눈물도

<수능현장> 애타는 부모 고사장 못 떠나…긴장감에 눈물도

입력 2015-11-12 09:27
수정 2015-11-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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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장 혼동·지각 학생도 속출…황우여 “침착하게 실력 발휘하길”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오전 전국 시험장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수능 응원전이 펼쳐졌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찰 오토바이와 순찰차를 타고 다급하게 들어오는 지각생들도 많았고, 비슷한 이름 때문에 고사장을 혼동해 황급히 뛰는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그런가 하면 어머니와 ‘셀카’(자가촬영) 사진을 찍고 입실하는 느긋한 성격의 수험생들도 있었다.

경기 안산시에서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 등 단원고 학생 70여명이 수능을 치렀다.

= ‘막 감은 머리’ 날리며 경찰 오토바이 타고 입실

0…오전 7시50분께 서울 이화외고 앞에는 계성여고 수험생 김지수(18)양과 어머니 윤정란(48)씨가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막 감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도착한 김양은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고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창신동에서 왔다는 윤씨는 “택시를 잡으려 하니 잡히지 않아서 걱정하던 중 경찰 오토바이가 수험생이냐고 물어보더니 차가 막힐 거라며 태워줬다”며 “딸 도시락은 다 맞으라고 동그랑땡을 싸줬다”고 말했다.

윤씨는 딸이 수능을 잘 치르도록 보광사에 가서 치성을 드릴 계획이다.

오전 7시25분께에는 고사장인 울산 학성고로 가려고 태화로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베트남인 수험생이 늦을 것을 우려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오전 7시55분께 서울 경복고 앞에는 구급차를 타고 온 환일고 3학년 문경환군이 어머니와 함께 내려 입실했다.

동대문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는데 차가 너무 막혀 119에 도움을 요청해 고사장에 도착했다.

어머니 이은영(44)씨는 “시간이 늦었는데도 아들이 너무 태평해 애가 탔다”며 “아들이 오지 말라고 했는데 같이 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실 시간을 1분 남기고 도착해 고사실까지 전력 질주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압구정고에서는 한 남학생이 오전 8시9분 경찰 오토바이에서 내려 황급히 질주했고, 경복고 앞에서도 같은 시각 한 남학생이 도착해 “잘 봐라! 대박!”이라고 소리치는 응원 학생들에게 멋쩍은 표정을 짓고서 고사실로 달렸다.

광주 대성여고에서는 뒤늦게 수험표를 챙기지 못한 사실을 알고 부모에게 전화를 걸며 교문으로 뛰어나가는 학생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 긴장감에 터진 눈물…딸 뒷모습 지켜보는 아버지

0…일부 수험생들은 고사장에 입실하기도 전에 긴장감에 눈물부터 터뜨리기도 했다.

입을 꾹 다물고 창백한 표정으로 고사장인 홍대사범대부속여고 교문을 들어서는 딸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서민규(52)씨는 “아침에 딸이 아무 말도 안 하더라”며 “일부러 평소 아침과 똑같이 대했는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다”며 긴장한 내색을 내비쳤다.

그런가 하면 대조적으로 긴장한 기색 없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잘 보고 올게”라고 씩씩하게 외치는 학생과 어머니와 교문 앞에서 ‘셀카’(자가촬영) 사진을 찍고 입장하는 학생도 눈길을 끌었다.

= 고사장 떠나지 못하는 학부모들 “내가 시험 보는 것 같다”

0…학부모들은 학생들이 고사장에 들어간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녀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개포고 앞에서는 돌아서지 못한 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눈을 감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학부모들 10여명이 눈에 띄었다.

서문여고 학생 어머니 이모(51)씨는 “내가 시험을 보는 것처럼 너무 떨린다”며 “우리 아이가 ‘장트러블’이 있는데, 싸준 도시락을 조금씩 나눠 먹으라고 당부했다. 아프지만 않고 준비한 대로 봤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둘째 아들 용산고 3학년 전유현군을 고사장인 경복고로 들여보낸 학부모 김경미(43·여)씨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교문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기도를 이어갔다.

김씨는 “둘째인데도 너무 떨린다”며 “주변에 계속 있으면서 기운을 불어넣어 주려 한다”고 말했다.

아들이 잘 긴장하는 성격이라 모의고사를 한 번 망친 적이 있어 걱정이라는 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능 들여보낼 때도 이런데 군대는 어떻게 보낼지 벌써 걱정”이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같은 고사장의 유정길(62·여)씨도 조카인 중앙고 3학년 김윤재군을 위해 기도했다. 유씨는 “워낙 자랑스럽고 반듯한 조카여서 내 자식들이 수능을 볼 때보다 더 떨리고 애틋하다”고 말했다.

입실 마감시간 이후 압구정고 앞에서는 막내아들을 응원하는 김모(47·여)씨가 홀로 남아 기도를 이어갔다. 김씨는 “막내여서 그런지 더 떨린다”며 “아들이 수능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수시도 넣지 않고 ‘배수의 진’을 쳤다”고 설명했다.

충북 청주고로 아들을 들여보낸 뒤 고사장을 떠나지 못하던 홍순기(48)씨는 “아들이 애완견을 좋아한다”며 “아들이 애완견을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긴장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질 것 같아 애완견을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 황우여 부총리 “침착하게 실력 발휘하길”

0…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이화외고를 찾아 수능 현장을 지켜보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황 부총리는 “오늘 학생들이 고생한 결과가 나오는데 편안하게 실력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날이 예년과 달리 포근해 학생들 시험 보는 여건으로 좋으니 침착하게 공부한 내용을 잘 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부총리는 경찰관들에게도 “고생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수험생을 응원하는 학생들을 보고도 “음료도 준비하고 마음 쓴다”며 기특해했다.

황 부총리는 직접 다가가면 방해가 된다며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외부에서 지켜보다 자리를 떠났다.

= 이화여고? 이화외고? ‘헷갈려∼’

0…학교 이름이 비슷해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착각하는 일이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오전 8시께 이화외고 앞에 도착한 한 학생은 경비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자신의 고사장이 이곳이 아니라 바로 옆 이화여고라는 사실을 알고 고사장을 향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었다.

수험생들뿐 아니라 응원하러 온 학생들도 이름을 착각해 이화외고와 이화여고 사이를 뛰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고령 수험생들도 눈길

0…약관(弱冠)·묘령(妙齡)의 학생들뿐 아니라 50∼70대 고령 수험생들도 수능시험 긴장감은 마찬가지였다.

학력인정주부학교인 일성여중고등학교의 최고령 수험생 조명자(78·여)씨는 오전 6시40분께 너무 일찍 도착해 있다가 7시가 돼서야 입실할 수 있었다.

조씨는 “긴장도 되고 너무 늦을까 봐 4시간밖에 못 잤다”며 “이미 수시로 여주대에 합격했지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수능에도 도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홍대사범대부속여고에서는 일성여중고 수험생 32명이 시험을 치렀다. 50대 주부들인 2학년 학생 20여명은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등 노래를 부르며 응원했다. 이들의 응원이 워낙 열성적이라 학교 경비원들은 “수험생들 들어갈 길을 확보해달라”며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청각장애와 지체장애, 저시력, 뇌병변 학생 등 장애인 수험생 33명도 대전 맹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 수능 시험장에서 만난 은사님

0…수능 시험장에서 옛 은사님을 만나 응원의 기운을 받은 재수생도 있었다.

재수생인 이모양은 고사실 입실 후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시험 감독관으로 같은 고사장에 온 중학교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이양을 꼭 끌어안으며 “너 여기서 시험 보니? 잘 봐라. 파이팅” 하고 응원했고 이양도 “열심히 했으니 시험 꼭 잘 보고 싶다”고 답했다.

= 일찍 시작된 수능 마케팅…상인들 신경전도

0…압구정고 앞에서는 한 프랜차이즈 빙수 업체 직원 5명이 나와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유자차를 나눠줬다. 한 직원은 “유자차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화외고 앞에서는 한 아르바이트 소개업체가 ‘이미합격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나눠주고 함께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터넷에서 ‘∼각’이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이었다.

개포고 앞에서는 상인들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교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수험생에게 수능 시계와 필기구를 팔던 한 상인은 편입학원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내가 아침부터 잠도 안 자고 여기 나왔는데 상도가 없다”며 “저기로 떨어져서 전단지를 나눠주라”며 역정을 냈다.

이 상인은 “옛날 같으면 학부형들이랑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요즘에는 학생들이 없어 장사도 안 된다”며 “여기는 여학생들이 많이 배정받은 탓에 준비를 잘해왔는지 필기구가 팔리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울산에서는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치어리더들이 2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며 응원했고, 콜택시업체 범서구영콜택시는 택시 51대로 수험생 무료 이송을 지원했다.

=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안산 단원고 학생 시험 치러

0...세월호 참사 생존학생을 비롯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도 이날 수능을 치렀다.

안산 양지고 앞에서는 단원고 2학년 후배들이 서울 주요지역으로 진학하라는 의미로 ‘2호선 타자!’라는 피켓을 들고 “선배 꼭 2호선 타세요”라며 고사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을 응원했다.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여학생들 일부는 가방에 세월호 참사의 상징물인 노란 리본 모양의 배지를 달고 오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 생존학생 등 단원고 학생 70명은 이날 안산 지역 15개 시험장 중 14곳에 분산돼 시험을 치렀다.

단원고는 사고 이후 2학년 교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험장에서 제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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