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이 정준양 독단 결정…거액 들이고도 성과 無
11일 검찰이 발표한 포스코그룹 관련 비리 의혹수사결과에는 ‘주인 없는 포스코’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2010년 포스코가 진행한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은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검찰 수사결과 성진지오텍 인수는 불구속기소된 정준양(67) 전 회장이 사실상 홀로 추진했고, 제대로 된 경영상의 판단은 없었던 걸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면서 “인수 동기와 과정이 불투명한 기업 인수 합병의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당시 최대 주주이자 회장이던 전정도(56)씨에게 ‘특혜’를 몰아줬다고 봤다.
성진지오텍은 2009년 말 5천500억원의 부채를 떠안을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회사였다. 회사가 남아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감사 결과도 있었다.
또 성진지오텍은 정유·화학 플랜트 기자재 제조업체로, 포스코나 계열사와는 시너지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은 철강사업부 등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전모 전략사업실장과 ‘밀실 논의’로 인수를 밀어붙였다. 예비실사 정도만 있었을 뿐 타당성 검사 등의 절차도 생략됐다.
2010년 2월 포스코 전략사업실이 전씨의 매각 의사를 확인하고 주식을 매매하기까지는 약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포스코의 회계 자문사와 내부 리스크 점검반에서 성진지오텍의 경영 상황이나 인수 필요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정 전 회장과 전 실장은 이사회에 보고할 때 이런 점을 누락했다. 오히려 “성진지오텍은 원자력 등 플랜트 전 부분의 기자재 생산능력이 있다”고 허위보고했다.
결국 포스코는 2010년 3월 사실상의 인수 계약을 맺었다. 전씨에게 주당 1천9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 조건을 모두 들어줬다.
인수 일정이 확정되고서 같은 달 전씨는 산업은행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 446만주를 주당 9천620원에 인수했다. 포스코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포스코는 엿새가 지나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주당 1만6천331원에 사들였다. 이는 전씨가 샀을 때의 가격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같은 날 포스코가 미래에셋에서 매수한 가격인 1만1천원보다도 훨씬 높다.
전씨는 포스코에서 718억5천여만원을 받았고, 이 돈으로 산업은행에 신주인수권 비용을 냈다. 주식은 5만9천220주를 더 보유하고, 289억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
포스코는 1천500억원 넘게 쏟아부어 성진지오텍을 인수했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성진지오텍은 그해 말 자본잠식과 상장폐지가 예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성진지오텍의 빚도 떠안은 포스코는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6천억원을 투입했다.
2013년 7월에는 흑자를 보던 우량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을 합병했으나 이 또한 무리수였다.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직원 300명이 줄고, 지금도 희망퇴직을 받는 상황이다.
‘특혜 인수’로 이득을 챙긴 전씨는 이후에도 성진지오텍 소유의 이란 현지 판매대금 약 6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은 어처구니없는 인수 합병 등으로 포스코를 사금고화해 수백 명의 일자리를 잃게 하고 경영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고서도 5년간 129억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은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실무진에게 후속 절차를 진행하게 한 듯한 의심이 강하게 들지만, ‘전정도에게 몰아주기’ 외에 다른 동기에 대해서는 정 전 회장이 함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전씨나 측근이 인수를 성사시키려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의혹 등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검찰 수사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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