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체의 그늘’ 무연고 시신 증가…90%가 남성

‘가족 해체의 그늘’ 무연고 시신 증가…90%가 남성

입력 2015-11-10 08:13
수정 2015-11-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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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많은 서울 영등포·중구에 많아…이웃관계 복원 등이 해법

쪽방과 거리로 내몰린 가장들이 죽어서도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이름없는 한 줌의 재로 납골당에 안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72%는 정부의 경로혜택 기준 연령인 65세 이전에 사망했다.

10일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시 비용 등 공공기관의 예산이 투입돼 처리된 무연고 시신은 총 1천324구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0년 223구에서 조금씩 늘어 지난해에는 299명까지 증가했다.

성별(작년 기준)로는 남성이 269명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여성은 29명에 그쳤다. 1명은 성별이 확인되지 않았다. 무연고 시신은 대부분 노숙인 출신이다.

이영우 서울시 장사문화팀장은 “노숙인의 대부분이 남성이어서 무연고 시신의 남성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연령별로는 65세 미만이 216명, 65세 이상이 76명, 불상이 7명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무임승차 등 정부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65세 이전에 약 72%가 사망한 것이다.

무연고 시신은 가족 해체 풍토 속에 경제적 지위까지 잃은 장노년층 남성 가장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다가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가장들이 설 자리를 잃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죽음까지 외롭게 맞이한다”며 “가부장적 질서 파괴와 가족 해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능력을 상실한 가장들은 주로 쪽방이 많거나 KTX 역사가 있는 중구와 영등포구에 몰린 탓에 이들 지역에서 무연고 시신도 많았다.

지난해 기준 중구에서는 67구, 영등포구에선 27구의 무연고 시신이 발견됐다. 전체의 31.4%다.

서울시는 경찰로부터 무연고 시신을 통보받으면 시 누리집에 공고한다. 가족이나 친척이 나타나지 않으면 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하고서 납골당에 10년간 보관한다. 그 이후에도 연고자가 없으면 집단으로 매장하거나 자연장을 한다.

서대문 등 일부 지역에선 연고 없이 죽은 구민을 위해 별도로 장사위원회를 꾸려 장례를 치러주는 등 구청 차원의 복지 정책도 편다. 무연고 시신이 날로 증가하면서 해당 예산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에만 299구의 무연고 시신을 처리하는 데 약 1억 6천만원이 들었다”며 “무연고 시신이 늘면서 예산도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병훈 교수는 무연고 사망을 줄이려면 결국 공동체의 회복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족 해체를 돌이킬 수 없다면 미시적으로는 마을 내 이웃관계를 재생·복원하고 거시적으로는 사회적 연계망과 복지 생태계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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