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영상 20년째 반복 ‘저질’ 성교육

생식기 영상 20년째 반복 ‘저질’ 성교육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9-25 00:48
수정 2015-09-2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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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느는데 예방 교육 ‘제자리’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은 잠자는 시간이에요. 선생님도 동영상 하나 보여주시는 걸로 끝내고, 우리가 잠을 자도 뭐라고 하지 않으시니까요.”(서울 시내 중학교 2학년 A양)

“학교 보건 전체를 혼자 담당하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요. 일상적인 학생들 응급처치에 행정 업무까지 떠맡기면서 아이들 성교육까지 저보고 하라는 것은 무리죠.”(서울시내 중학교 보건교사 B씨)


최근 서울의 한 공립고교에서 교사들이 여교사와 여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성희롱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학교 성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1년에 15시간의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동떨어진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선 초·중·고교에서 성교육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교육부는 과거 성교육을 주로 다뤘던 보건 교과를 학기당 17시간씩 필수 배정하도록 했지만, 2009년 교육과정 개정으로 2012년부터 의무교육에서 제외됐다. 그렇다 보니 초등학교의 경우 2009~2011년에는 17시간 보건교육을 시행한 학교가 지방자치단체별로 80~100%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평균 60%대로 떨어졌다.

성교육의 내용도 빈약해지고 있다. 보건 교사들은 학생들 응급 처치와 행정 업무 등에 치여 성교육까지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학생들은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거나 생식기 그림을 보여주는 설명에 그치는 성교육을 “지루하다”고 비판한다. 한 고교 보건교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교육 내용에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에 박힌 성교육을 부추기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표준안은 성교육 시간에 ‘야동’, ‘자위’ 등의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고, ‘동성애에 대한 지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위창희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성에 대한 지식이나 생각, 행동은 저만치 앞서 있는데 성교육 표준안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내용들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내실 있는 성교육을 위해서는 성교육 수업을 필수 교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생활 밀착형’ 성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수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유럽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왜 화장실에 남녀가 따로 들어가는지’ 등 생활 중심의 소재로 접근한다”며 “성교육은 자신의 발달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 당국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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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09-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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