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든 김일곤 격투로 제압한 경찰 “시민이 도와줬다”

흉기든 김일곤 격투로 제압한 경찰 “시민이 도와줬다”

입력 2015-09-17 20:50
수정 2015-09-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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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여 뒤엉켜 몸싸움…김성규 경위·주재진 경사 ”도와주세요” 소리 듣고 시민들 달려와 흉기 빼앗아

“저희 머릿속에는 오로지 살인범 김일곤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흉기를 휘두르며 덤비는 ‘트렁크 살인’ 용의자 김일곤(48)을 격렬한 몸싸움 끝에 검거한 서울 성동경찰서 성수지구대 소속 김성규(57) 경위와 주재진(40) 경사는 차분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17일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1시께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한 남성이 칼을 들고 약을 요구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이동하려던 찰나 길을 가는 수상한 한 남성을 발견했다.

지명수배 중이던 김씨와 비슷하게 생긴 남성이 어딘가로 다급히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순찰차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차량 사이로 몸을 급히 숨기기도 했다.

’김일곤인가?’ 순간 이 생각이 두 경찰관의 뇌리를 스쳤다.

마침 동물병원에 먼저 가 병원 관계자들에게 김씨의 사진을 보여주고 흉기난동범이 김씨라는 사실을 확인한 동료 경찰이 날린 “김일곤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무전을 들은 두 사람은 눈앞의 남성이 김씨임을 확신했다.

두 경찰은 서두르지 않고 차에서 내려 김씨에게 다가가 불심검문을 시도하며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씨는 “왜 그러시냐”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신분 확인 요구를 거부했다.

이들은 김씨의 바지 뒷주머니가 지갑으로 불룩한 것을 보고 지갑을 낚아채 신분증을 꺼냈다.

신분증에 적힌 이름은 전국 경찰이 그토록 찾았던 그 이름 ‘김일곤’이었다.

이를 확인하자마자 두 사람은 “김일곤이다, 잡자!”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김 경위와 주 경사는 몸을 던져 김씨를 덮쳤고, 엉겨붙어 몸싸움을 시작했다. 세 사람이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중 김씨가 옷 안에서 길이 28㎝짜리 흉기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 경찰은 주위에 큰 소리로 “살인범 김일곤입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이를 들은 시민 두 명이 다가와 합세했다.

특히 이 중 한 시민은 경찰과 뒤엉켜 넘어진 김씨의 손에 들려 있던 흉기를 직접 빼앗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2분여간의 격투 끝에 이날 오전 11시 5분 경찰은 김씨에게 수갑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검거된 김씨는 손에 들고 있던 흉기 이외에도 허리에 찬 복대 안에 길이 28㎝짜리 흉기를 하나 더 갖고 있었고, 그의 호주머니에는 문구용 커터 칼이 들어 있었다.

김 경위는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손을 1㎝가량 베었고, 주 경사는 넘어지는 과정에서 찰과상을 입었다.

”시민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관이 직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고 오로지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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