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도슨트’ 이희준씨
“동대문에 의류 외에 문구·완구 도매시장이 있다는 건 잘 모르셨을 거예요. 여기 오시면 요즘 유행하는 드론(무인비행장치)도 시중가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전통시장 도슨트’ 이희준씨가 25일 서울 동대문시장의 완구점 앞에서 장난감을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06/25/SSI_20150625170736_O2.jpg)
![‘전통시장 도슨트’ 이희준씨가 25일 서울 동대문시장의 완구점 앞에서 장난감을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06/25/SSI_20150625170736.jpg)
‘전통시장 도슨트’ 이희준씨가 25일 서울 동대문시장의 완구점 앞에서 장난감을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동국대 회계학과 수료) 상태에서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쿠킷’(Cook It)이라는 소셜벤처의 공동기획자로 참여했던 2013년부터였다. 쿠킷은 회원이 어떤 음식을 선택하면 전통시장에서 여기에 필요한 식재료를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와 함께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했다. “회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개별 주문에 따라 소규모로 재료를 마련하다 보니 아무래도 대량 구매를 원하는 시장 상인들에겐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1년여 만에 쿠킷의 사업은 멈췄지만, 전통시장을 향한 그의 열정은 더 멀리 나아갔다. 먼저 시장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하루에 꼬박 10시간을 시장에 붙어 있었다. 지난 2년간 전국의 전통시장 435곳을 돌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3만여장의 사진과 기록을 확보했다.
“요즘 각 지자체에서 하는 아케이드 설치나 화장실 보수 같은 건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이죠. 그걸 넘어서서 ‘이야기가 있는 시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요.”
그가 떠올린 것은 ‘식품이력제’다. “시골 시장에 가면 줄기가 달린 당근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밭에서 캐낸 지 얼마 안 돼 신선하기 때문이죠. 이런 것들에 식품이력제를 도입해 ‘순자 할머니가 3시간 전 밭에서 따온 당근’ 하는 식으로 스토리(이야기)를 붙이는 거예요. 신선하다는 걸 자랑하는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죠.”
이씨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시장의 최대 장점은 ‘근린’(近隣)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울에만 시장이 300여개가 있어요. 반면 영국 런던이나 일본 도쿄는 그 큰 도시에 시장이 10개가 채 안 되죠. 가까이에서 쉽게 좋은 물건을 만날 수 있는 이 좋은 자원을 두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죠.”
전통시장에 대한 20대 청년의 애정 어린 시선과 남다른 아이디어는 다음달 초 나올 ‘시장이 두근두근’이라는 책에 담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6-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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