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 평생 쌈짓돈 5천만원 기부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 평생 쌈짓돈 5천만원 기부

입력 2015-06-24 14:55
수정 2015-06-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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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 아동·평화활동가 양성 위해 써주길”할머니들 “박대통령, 한일 정상회담 전후 우리 만나달라”

“일본서 배상 나오면 한 푼도 안 쓰고 전부 딱한 사람들에게 바치겠다 생각했는데 이게 언제 나올지 모르는기라.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할머니가 광복·종전 70주년을 맞아 분쟁지역 피해 아동과 평화활동가 양성에 써달라며 그동안 모은 재산 5천만원을 쾌척했다.

24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1천184차 수요집회에서 김 할머니는 기금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측에 전달했다. 이 돈은 강간 피해 자녀와 평화활동가를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

1926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열 네살의 나이에 위안부로 연행돼 중국 광둥과 홍콩,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로 끌려 다니며 고초를 겪었다.

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세계를 다니며 위안부 만행을 증언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국경없는기자회가 선정한 자유영웅에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넬슨 만델라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나이 어려서 끌려가 공부를 못했던 것을 항상 마음에 묻고 살았어요. 그런데 각국에 나가보니 피해자 자녀들이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기라.”

김 할머니는 “매달 조금씩 나오는 생활비 하나도 안 쓰고 푼푼이 아껴서 모은 돈”이라며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할매는 그거 모으는데 진짜 힘들었다고”라고 말하고는 쑥스럽게 웃었다.

김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나비가 돼주세요. 외롭고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시는 한 마리 나비가 돼주세요”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 할머니는 같은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7)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을 받으면 자신처럼 전쟁 중 성폭력을 당한 여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2012년 나비기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배상을 하지 않자 우선 할머니들의 뜻을 따르는 시민들의 기부로 나비기금이 조성됐고, 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와 내전 피해를 입은 콩고 여성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기온이 30도에 이르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에는 김복동·길원옥 할머니와 이용수(87)할머니, 시민 100여명이 자리했다.

이 할머니는 집회 말미 “여태까지 정식으로 대통령을 못만났다”며 “할 말이 있으니 한일 정상회담 전후로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세 할머니를 꼭 만나달라”고 말했다.

수요집회에 참가한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도 박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를 한일 정상회담 정식 의제로 상정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수요집회에 앞서 이들 세 할머니는 마포구에 있는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에서 유엔 인권분야 수장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면담했다.

한편, 정대협은 25일 김 할머니와 미국으로 떠나 워싱턴DC, 클리블랜드, LA 등을 돌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내달 1일 수요집회는 워싱턴DC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도 열린다.

비행기표 등 김 할머니의 미국행 여비 700여만원은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십시일반해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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