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운전대 잡은 손, 청소년 희망 쥐여주다

평생 운전대 잡은 손, 청소년 희망 쥐여주다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06-24 00:22
수정 2015-06-2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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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택시로 모은 50억으로 언지장학회 설립한 김광자 씨

한국 최초 독자모델로 개발된 승용차인 ‘포니’가 신차로 각광받던 1975년, 스물 여덟이었던 한 여성이 먹고살기 위해 당시만 해도 ‘금녀’의 직업으로 여겨졌던 택시기사가 됐다. 술에 취한 손님들의 행패와 주위의 편견 등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밤낮없이 일하던 그는 20년 만인 1995년 택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다시 택시회사 CEO로 열심히 뛴 지 20년. 평생 모은 재산 50억원을 쾌척해 장학재단까지 설립했다.

김광자씨
김광자씨
서울시교육청은 중랑구 소재 택시회사인 평화교통의 김광자(68) 대표가 세운 언지장학회에 대한 설립허가서를 발급했다고 23일 밝혔다. 언지장학회는 김 대표가 쾌척한 재원을 운용해 매년 8000여만원의 장학금을 일용직 근로자와 단기계약 근로자 등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 용인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마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후 택시를 몰며 중학교 및 고등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평소에도 재산을 모으면 좋은 일을 위해 써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또 자신의 회사가 있는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불우이웃돕기 등 자선 사업을 꾸준히 실천했다. 그는 자선 사업을 벌이며 자신처럼 어려운 형편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청소년을 돕는 장학재단을 세우겠다는 꿈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수차례 인터뷰 요청에도 “좋은 일을 하는데 알리고 싶지는 않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대신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중랑구 주변의 힘들게 살아가는 일용직 근로자 등의 자녀가 희망을 품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 장학회를 설립했다”고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김 대표의 장학재단 설립이 사회 본보기라고 판단해 24일 설립 허가서를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조 교육감은 “어렵게 모은 재산을 소외 학생들을 위해 출연해 사회의 귀감이 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언지장학회가 굳건히 잘 운용돼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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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06-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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