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노역 아버지 한 맺힌 곳이 세계유산이라니…”

“日 강제노역 아버지 한 맺힌 곳이 세계유산이라니…”

최선을 기자
입력 2015-06-08 00:16
수정 2015-06-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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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징용시설 등재 추진’ 비판 앞장선 유족 강종호씨

“일제에 끌려간 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평생을 동분서주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한 맺힌 장소를 과거의 영광을 기리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일제 강제 노역 피해자 유족 강종호씨가 7일 강제 노역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제 강제 노역 피해자 유족 강종호씨가 7일 강제 노역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제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이달 말 독일에서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피해자 유족 강종호(74)씨는 7일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의 부친 강태휴씨는 11만여명에 이르는 ‘무자료’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 가운데 한·일 정부가 아닌 양국 시민단체의 문서 발굴을 통해 강제 노역 기록을 공식 확인한 첫 사례다.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에 따르면 제주도 뱃사람이었던 부친은 1943년 일본으로 끌려갔다. 모친은 재혼해 섬을 떠났고 강씨는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조부모마저 1948년 제주 4·3사건 때 “아들이 이북으로 간 게 아니냐”며 좌익으로 몰려 숨졌다.

“산산조각 난 가정이 당시 우리 집뿐이었겠습니까. 아버지가 일본에 끌려갔지만 강제 동원 명부에도 이름이 없다 보니 평생 아버지의 자취를 찾느라 속을 끓였습니다.”

강씨가 처음으로 부친의 흔적을 찾은 건 지난해 2월. 협의회와 일본 시민단체의 오랜 추적 끝에 일본 시모노세키의 한 사무소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문서 기록을 발견했다. 그 기록에는 부친이 시모노세키에 있던 한 선박회사 소속으로, 1944년 2월부터 3월까지 연금을 낸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강씨는 지난해 6월 시모노세키를 찾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친의 제사를 지냈다. 그는 “이 기록 한 줄을 찾기 위해 바친 세월이 눈앞에 스쳐갔다”며 “무관심했던 우리 정부가 야속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오는 13~27일 한·일 시민선언실천협의회 등이 주관하는 ‘한·일협정 50년·광복 70년 한·일 공동기획 특별강좌’에서 강제 동원 유족 자격으로 증언대에 선다. 그는 “강제 동원 피해의 아픔이 70년이 흐른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 등 조선인 수만명이 강제 노동한 7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시도도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들의 세계유산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강씨는 “일본 정부가 과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앞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이 아픔을 증언하고 다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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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명희 서울시의원, 강북구 대한병원교차로 ‘좌회전 신호’ 체계 변경 예정지 현장답사

글 사진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5-06-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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