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홍준표 1억 혐의’ 연막작전…법정서 ‘승부수’ 포석

檢 ‘홍준표 1억 혐의’ 연막작전…법정서 ‘승부수’ 포석

입력 2015-05-11 13:21
수정 2015-05-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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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전날 날짜·장소 특정 안해…알리바이 기회·증거인멸 차단 의도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첫 사법처리 대상자로 겨냥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구체적인 혐의를 언급하지 않고 ‘연막전술’을 펴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 수사 초기부터 극도의 보안 속에 수사를 진행했다.

다른 주요 참고인과 달리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소환 조사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제기한 ‘지하주차장 돈 수수설’ ‘공천헌금설’ 등 각종 의혹에도 확인을 거부하고 ‘오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범죄사실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외부의 상황이 오히려 수사에 도움이 된다며 느긋한 반응까지 보였다. 어차피 ‘오염’된 진술이라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응도 피했다.

검찰은 8일 홍 지사 소환조사 때도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받은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 당시 일정 등을 전혀 묻지 않았다.

나경범 경남도 서울본부장을 비롯한 홍 지사의 다른 측근들 조사에서도 돈이 오간 정황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수수 사건에서 육하원칙으로 구성되는 범죄사실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돈을 받은 장소와 시점이다. 두 구성요소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기소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동선·행적을 복원하면서 돈이 오간 시점과 장소를 특정했고 물증도 충분했다. 따라서 부인으로 일관할 게 뻔한 당사자를 굳이 추궁할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가 10일 “일시·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의혹 당사자를 소환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이 강력통 검사 출신으로 법리에 노련한 홍 지사를 상대로 한 법정 싸움을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가고자 고도의 ‘수싸움’을 전개하는 셈이다.

홍 지사나 주변 인물에게 ‘알리바이’(현장 부재 증명)를 만들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윤 전 부사장 회유 의혹을 받는 홍 지사 측의 추가적인 진술 ‘오염’을 막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 체계의 근간인 공판중심주의에서는 수사기관 기록보다 법정에서의 진술이 더 우월한 증거능력을 가진다”며 “검찰의 수사 기법을 보면 법정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기소 전 금품 제공 시기 등이 공개됐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번복되면서 무죄가 났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사건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의 연막작전에 홍 지사쪽에서 다소 초조해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홍 지사는 11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혐의를 재차 부인하면서 검찰이 자신의 소환 조사에서 핵심 범죄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그는 “(금품수수) 시간과 장소를 묻지 않을 거라면 피의자를 부를 필요가 없지 않나”며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어 당대표 경선 당시의 일정표도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돈이 오간 시간·장소가 공개되면 일정표를 제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 범죄사실을 특정하면 추가 소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검찰의 수사 전략이 법정에서 방어권 봉쇄 등과 같은 또다른 다툼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 방식은 공여자가 없는 특수한 여건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의혹 당사자를 상대로 핵심 범죄사실을 묻지 않은 것은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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