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청렴 경쟁’…사소한 비리에도 엄격한 칼날

공직사회 ‘청렴 경쟁’…사소한 비리에도 엄격한 칼날

입력 2015-05-03 10:20
수정 2015-05-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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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확산…너도나도 ‘자정선언’

공직사회에 ‘청렴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사소한 비리에도 엄격한 칼날을 들이대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다퉈 청렴 선언을 하면서 관련 제도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 중심부를 관통하는 것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다. 몇 차례 기회를 줬던 ‘삼진아웃제’를 한층 강화해 단 한 번의 비리도 메스로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기득권층의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의 영향도 없지 않다. 공직자 등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무관하게 형사처벌하는 서슬 퍼런 법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일시적인 선언만으로 공직사회를 정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전담기구 설치 등 지속적인 비리 척결을 위한 제도 보완을 주문하고 있다.

◇ ‘청렴 선언’ 봇물…”단 한번 비리도 용납 못 해”

방산 비리의 한가운데에 놓였던 방위사업청은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해당 사업절차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횟수와 금액을 불문하고 퇴출하는 인사규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국군기무사령부 역시 군인이 단 한 차례라도 비리나 규정 위반으로 적발되면 즉시 전역 조치하는 내용의 감찰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계도 뒤질세라 가세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말 공금 횡령이나 금품수수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를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기준 금액을 기존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충북교육청도 같은 취지의 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충남교육청은 올해 3월 불법 찬조금과 촌지가 적발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9월 금품·향응 수수, 성폭력, 성적 조작, 상습 학생폭력, 인사 비위 등 5대 비위자의 승진을 영구 배제한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청렴 경쟁에 나섰다.

서울시는 단돈 1천원이라도 받으면 처벌하는 내용의 ‘박원순법’을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과는 긍정적이다. 시행 이전인 지난해 4∼9월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건수는 35건이었지만,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5건으로 확 줄었다.

충남 천안시는 직무와 관련해 5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공무원을 파면하겠다고 했다. 강원도는 공금 횡령은 예외 없이 퇴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경북도와 제주도, 경기 수원시, 광명시, 충남 아산시, 세종시교육청 등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바람은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말 ‘스포츠 4대악’ 척결 방안을 내놨다.

조직사유화, 입시비리, 승부조작, (성)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횡령에 관여한 임원과 지도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영구 퇴출하고 형사 기소된 직원은 직위해제하기로 했다.

◇ “근본적 의식 전환·상시 반부패전담기구 필요”

학계와 시민사회는 공직사회의 청렴 바람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정 의지를 보인 만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러 통계치에서 드러나듯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민적 바람에 공직사회가 부응하지 못했던 만큼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다행이다”라는 것이 이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각국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175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래 6년 연속 정체를 벗어나지 못한 순위다. 2008년 40위였던 순위는 2009년 39위, 2010년 39위, 2011년 43위, 2012년 45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영국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방산기업 반부패지수에서는 평가대상인 한국 기업 6곳이 바닥권에 머물렀다.

오경식 원주대 법대 교수는 “공직사회의 청렴 선언은 구성원의 부패나 비리를 막으려는 자체 정화기능이 있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라도 하듯 청렴 선언을 하는 모양새에 의구심을 품는 의견도 있다. 일시적인 효과로 끝나지 않도록 일상적인 반부패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상적인 제도와 기구가 없기 때문에 ‘부패와의 전쟁’ 같은 구호가 나온다고 이들은 말한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공직사회의 반부패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정부 차원의 조직이 없다”며 “그 때문에 일만 터지면 ‘사후약방문’ 격으로 강력한 처벌수단을 내세우기 일쑤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담기구를 통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반부패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은 물론 공무원들의 전반적인 의식 전환 교육을 주문했다.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경식 교수는 “확실하지 않은 비리로 구성원의 권익이 침해되거나,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규정이 악용될 소지도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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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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