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청소·빨래 ‘뚝딱’…함께 살며 홀로 서다

요리·청소·빨래 ‘뚝딱’…함께 살며 홀로 서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5-03-21 00:30
수정 2015-03-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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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편견 이긴 ‘다운인’을 만나다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연립주택. 민간복지시설인 ‘다운복지관’이 운영하는 그룹홈(장애인 공동생활가정) 4곳에서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13명이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그룹홈 식구들이 다음달 여행 갈 곳을 선정하는 것. 자치회장을 맡은 김성민(29·여·지적장애 3급)씨가 안건을 말하자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제주요” “춘천!” “나주는 안 되려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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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을 앓는 배원경(왼쪽부터), 김지환, 정홍인, 김성민씨가 20일 다운증후군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담소 도중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동병상련의 이들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다운인의 집’에서 함께 지낸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다운증후군을 앓는 배원경(왼쪽부터), 김지환, 정홍인, 김성민씨가 20일 다운증후군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담소 도중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동병상련의 이들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다운인의 집’에서 함께 지낸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의견을 내주세요”라는 성민씨의 말에 김지환(36·지적장애 3급)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의견!”이라고 외쳤다. 지환씨는 성민씨에게 귓속말을 했다. “(강동구) 상일동 가자고 하네요. 자기 집.”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한 시간 가까운 논의 끝에 강릉으로 결론났다. 회의가 끝나자 성민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느릿느릿 현관문 밖으로 나가자 배원경(39·여·지적장애 3급)씨와 정홍인(33·지적장애 1급)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재활교사와 함께 공릉동에 있는 보금자리 ‘다운인의 집’으로 옮겼다.

32평(105.6㎡) 규모의 아파트에 마련된 다운인의 집은 2004년 설립됐다. 가족 품을 떠나 자립심을 키우고 사회구성원으로 적응하자는 취지다. 성민씨 어머니 이순성(58)씨는 20일 “집에만 있으면 엄마, 아빠가 다 해주니 공주가 된다”며 “떨어져 살아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어머니 조미혜(60)씨는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면서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드니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운인의 집에서는 모든 집안일을 스스로 한다. 지환씨는 “쓰레기 분리배출도 하고 쓸고 닦는 일도 직접 한다. 빨래까지 한다”며 활짝 웃었다. 집안일이 끝나면 각자 여가를 즐긴다. 성민씨는 “스트레칭도 하고 실내 자전거로 운동도 한다”고 전했다. 배씨는 “서태지 음악을 자주 듣고 TV의 가요 순위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상에서도 자립을 꿈꾼다. 배씨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매실액 담는 유리병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성민씨는 다운복지관의 평생교육대학에 들어가 댄스, 미술, 도예를 배운다. 지환씨는 다운복지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

동고동락한 지 1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서로 ‘가족’처럼 여긴다. 지환씨가 더 몸이 불편한 정씨의 면도, 세수, 목욕을 돕는 식이다. 동네 주민과도 여느 이웃처럼 지낸다. 김옥휘 재활교사는 “가끔 음식을 만들어서 아파트 이웃에게 돌리고 근처 음식점·노래방을 이용하며 안면을 튼 덕에 주민들의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지환씨 어머니 고옥정(66)씨는 “지나가다가 아들을 빤히 쳐다본 뒤 ‘왜 이렇게 생겼냐’고 묻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비장애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 행동을 하면서 장애인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보이는 행동은 싸늘하게 본다”며 “아이들을 편견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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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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