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오류사태 제대로 막을까…”근본대책 안돼” 지적

수능 오류사태 제대로 막을까…”근본대책 안돼” 지적

입력 2015-03-17 11:35
수정 2015-03-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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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맞춤형 처방’ 제시…교원단체 “교사 출제·검토위원 확대해야”

교육부가 작년 12월 구성한 수능개선위원회가 17일 개선안 시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수능 오류 사태의 악몽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안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교육당국의 기존 수능 출제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외부의 교과 및 평가 전문가 중심의 ‘수능분석위원회’를 꾸려 출제전략을 짜고 검토위원장을 새롭게 외부 인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선 학교 교육과정에 기반을 둔 출제 원칙을 유지하되, 영역별로 지나치게 많은 만점자가 나오지 않도록 변별력에도 신경을 쓴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번 시안이 수능 오류를 차단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전체 대입전형과 연계된 중장기 수능 개선방안은 이번 시안이 확정된 3월 말 이후 논의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 검증시스템 강화…출제인원 보강하고 인원 늘려 = 시안에는 문제 출제부터 검토, 사후점검까지 망라한 다양한 방안이 담겼다.

최근 2년 연속 불거진 출제 오류 사태 때 나온 지적을 반영한 ‘맞춤형 처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외부의 교과 및 평가전문가를 중심으로 ‘수능분석위원회’를 구성, 기존 수능과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출제전략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교육과정평가원 중심으로 출제 전략이 수립되면서 객관적인 분석과 전략 수립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수능개선위의 판단이다.

수능분석위원회는 이르면 4월부터 가동된다.

또 수능개선위는 우수한 출제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과교육 전공자뿐 아니라 교과내용 전공자의 참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영어 영역의 경우 출제진에 영어교육을 전공한 교사, 교수뿐 아니라 영문학 교수가 많아진다.

또 교사를 대상으로 ‘출제역량 강화 연수과정’을 개설하고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고교 교육과정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2015학년도 수능부터 허용된 출제진의 인터넷 검색도 최선의 자료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강화하기로 했다.

일부 과목에서는 출제진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출제인원과 기간이 조정된다.

사회탐구·과학탐구의 과목별 출제인원을 현재 4∼5명에서 5∼6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출제기간은 사회탐구가 16일에서 18일로, 과학탐구가 17일에서 19일로 이틀씩 늘어나고 제2외국어와 한문도 15일에서 17일로 바뀐다.

문제 검토 단계에서는 그동안 출제위원단 소속이던 평가위원을 검토위원단 소속으로 바꾸고 그동안 없었던 검토위원장을 외부 인사로 선임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토위원의 위상을 높이고 출제와 검토의 이원화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검토위원장은 신설될 ‘문항점검위원회’를 2차례 주재하고 문제의 오류 가능성을 점검한다.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검토위원도 다른 영역처럼 검토 시작 이틀 전에 입소해 충분한 워크숍 기간을 갖는 방안이 포함됐다.

수능 시행 이후 절차에도 외부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한다.

그동안 교육과정평가원과 출제 참여자 위주로 구성된 ‘이의심사위원회’에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인사를 과반수로 늘리기로 했다.

또 매년 수능 출제·운영 전반에 대한 사후점검도 교육과정평가원의 자체 평가에서 수능분석위원회 주관으로 바꾸는 안이 제시됐다.

이는 2014학년도 세계지리 출제 오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 오류를 인정하지 않아 후폭풍이 컸던 점을 감안했다.

매년 변별력 논란을 불러온 난이도를 안정화하는 방향도 큰 틀에서 제시됐다.

평가원의 기초분석과 수능분석위의 심층분석을 체계화해 정교한 출제전략을 수립하고 영역별로 만점자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지 않도록 응시집단에 대한 분석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EBS 교재와 수능의 연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하되, 영어 영역에서 EBS 교재의 지문을 수능에 그대로 활용하는 문항(전체 문항의 70%)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 등 3가지 개선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근본적 대책 안돼…교사 출제·검토위원 늘려야” = 수능개선위의 시안이 출제 오류 사태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꼽혀온 교수 중심의 문제 출제 등에서 과감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시안에 대해 “많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오류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행정·기능적 접근과 책임회피성 대책이라는 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 중심에서 현장 중심으로 바꿔 교사 출제·검토위원을 실질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거듭된 출제 오류를 통해 지적되어 온 특정 대학 중심의 관행적, 폐쇄적 문제 출제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추가로 보완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능의 근본적 성격을 변경하지 않고 보완만으로는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기 어렵다고 본다”며 “수능을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도 “수능개선위가 결단력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답답하다”며 “지금 수능 출제진이 워낙 교수 중심으로 돼 있는데 교육과정을 잘 아는 교사 중심의 출제로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출제위원 가운데 교수와 교사의 비율은 6대 4 정도이고 특히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교사 비중은 35% 정도로 더 낮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출제 경험이 많은 교수, 교사들은 교수와 교사 비율에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며 “수능 출제과정은 워낙 부담이 크고 치열하기 대문에 학맥이나 인맥으로 인해 문항검토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 앞으로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될 수능분석위와 검토위원장 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수능 개선위의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두고는 올해 치러질 수능이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개선위가 만점자의 과다 발생을 막고 실력이 아닌 실수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으로 볼 때 작년 수능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영역별로 고난도 문제가 포함될 경우 수험생들이 다른 문제를 푸는데 영향을 주면서 체감 난도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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