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지킨다’고 사는데…떠나야 하나” 주민 불안

“’가거도 지킨다’고 사는데…떠나야 하나” 주민 불안

입력 2015-03-15 13:44
수정 2015-03-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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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헬기 사고 이후 출입 삼가고 말 아끼며 예의주시

“섬에 사는 게 아니라 지키고 있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이제 떠나야 하나.”

’한반도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흑산면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주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밤 가거도 응급환자를 이송하러 왔다가 추락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B-511 헬기 사고가 준 충격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집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꺼리고 말도 삼가며 큰 죄인처럼 지내면서 섬이 적막감에 휩싸였다고 한 주민은 전했다.

이 주민은 전화에서 “하루 한 차례 다니는 여객선이 끊긴 이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수호신이나 다름없는 해경 경비정이나 헬기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겨왔는데, 이제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여름철 태풍으로 가슴을 졸이며 사는 주민들은 교통 불편,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계속 섬에 살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가거도는 일년중 맑은 날씨는 겨우 7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 연중 발생하는 안개와 동거동락한다.

시도때도없이 끼는 해무는 주민 건강에 악영향까지 끼쳐 아픈 사람도 많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봄철 불청객 황사도 제일 먼저 닿는 곳이 가거도다. 중금속이 뒤범벅된 황사로 봄철이면 주민 모두가 힘들어하는 곳이다.

교통불편도 불편하다. 하루 한 차례 쾌속선이 다니고 있지만 4시간 30분이 걸리고 조금만 파도가 높으면 결항하기 일쑤다.

한 달에 18∼20일 여객선이 다닌다. 목포에서 뱃길로 240㎞다.

고경남 신안군 가거도출장소장은 15일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주민들이 이번 사고로 죄스러운 마음과 함께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가거도를 지키는 주민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 소장은 “주민들은 ‘섬에 사는 것이 아니라 군인처럼 국방의무를 하고 있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500여 명이 사는 가거도는 우리나라 맨 서쪽 섬으로 ‘가히 사람이 살 수 있다’해서 가거도(可居島)로 이름이 붙여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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