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현상 심해지는데도 해결 앞장서는 사람은 없어
인터넷상의 호남 비하 행위가 악랄·대담해지고 있다.단순한 비하를 넘어 혐오·저주의 수준에까지 이르렀지만, 해결은 요원해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구글에 ‘광주시청’을 검색하면 뜨는 붉은 나치기(旗) 중앙에 홍어 모습이 삽입된 이미지.
사진출처=위키트리
사진출처=위키트리
광주시는 지난 23일 구글에서 ‘광주시청’을 검색하면 붉은 나치기(旗) 중앙에 홍어 모습이 삽입된 이미지가 뜨는 것을 발견하고 즉각 고발하기로 했다.
’홍어’, ‘전라디언 혹은 절라디언’, ‘까보전(까고 보니 전라도)’ 등으로 상징되는 인터넷상의 호남 비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숨어서 댓글과 게시물로 드러났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더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지역 월간지 ‘전라도닷컴’ 웹사이트가 해킹돼 다수 기사 제목의 문구가 ‘홍어’로 바뀌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베’ 회원 등 17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철없는 일부 누리꾼의 일탈로 넘기기에는 주체와 집요함 측면에서 도를 넘어섰다는 진단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막말 댓글’로 사직한 부장판사에게나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진 ‘좌익효수’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에게도 호남 비하는 주요 댓글 소재였다.
일각에서는 정작 피해를 보면서도 “호남에서 직접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건드릴수록 괴물이 된다”는 식의 소극적인 지역의 대응이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시를 주축으로 엄정 대응 추세로 돌아섰지만, 형사 처벌까지는 수사상 또는 법적 한계도 있다.
광주시가 구글 홍어 이미지 표출 이후 즉각 고발 방침을 밝혔지만 본사가 미국에 있는 구글의 수사 협조가 이뤄질지, 해당 이미지 게시자를 찾는다 해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단 모욕죄의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또한 입법·사법부의 공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
형사 처벌보다 유연하고 폭넓은 방식으로 사안을 다룰 수 있는 기구를 지역 등 단위별로 설치하자는 대안도 등장했다.
호남에 대한 일방적 혐오와 비방의 심화로 반사적 이득을 얻는 일부 기득권 세력을 위시한 권력의 문제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때 문화적인 현상으로 치부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 방식의 오류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홍어’에 대응해 경상도 사람을 지칭하는 ‘과메기’라는 말이 등장하는 등 지역 갈등으로 비화해 결국 피해가 특정 지역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하지 않도록 여·야 구분 없는 정치권, 전국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해법도 힘을 얻고 있다.
주동식 지역평등 시민연대 대표는 “호남을 고립하고 적대시하는 게 선거에서 승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인식에 호남 혐오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호남 사람은 인종이 다르고 몰살시켜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현상을 차단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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