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캠프’ 사망 학생 5명 명예졸업식
“아들이 받아야 할 졸업장을 대신 받으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전 연합뉴스

2013년 7월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로 사망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명예졸업식이 4일 충남 공주사대부고 소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학부모 한 명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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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2시부터 충남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명예졸업식. 2013년 7월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 바닷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이 학교 학생의 유가족들은 아들의 명예졸업장을 받고 또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졸업식에는 고 김동환, 이병학, 이준형, 장태인, 진우석군의 다섯 가족 중 세 가족만 참석했다.
학교 측은 2일간 열리는 졸업식 전통에 따라 첫날 명예졸업식을 마련했다. 사고만 없었다면 숨진 학생들도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졸업을 한다. 추모 묵념에 이어 유가족들이 아들의 명예졸업장을 받으려고 단상에 올랐다. 졸업장을 수여하는 교장의 손도, 졸업장을 받는 아버지들의 손도 가늘게 떨렸다. 이어 친구들이 만든 추모 동영상에 생전의 아들 모습이 나오자 유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 고개를 떨군 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여기저기에서 친구들이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동환군의 아버지 김영철씨는 인사말에서 “다섯 친구를 기억해 준 여러분에게 고맙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는 어른으로 커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유가족도 “너희들을 아들처럼 사랑한다. 이제는 미안해하지 마라”고 말했고, 학생들은 가족들을 포옹했다. 유가족들은 명예졸업장과 함께 친구들이 아들에게 쓴 편지 묶음을 들고 40분 만에 쓸쓸히 교정을 떠났다.
한편 이날 명예졸업식에 불참한 우석군의 어머니는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엄마는 너의 졸업식에 갈 수가 없다. 항의 차원이고 유감의 표현”이라며 “교육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게 없는데, 명예졸업장이 뭔가 싶어서”라고 적었다. 준형군의 아버지 이상민씨도 “교육부와 학교에서 숨진 5명의 아이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마저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5-02-0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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