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PC방 매출 급감…포장마차·테이크아웃 커피점 인기
올해부터 모든 영업소가 면적에 관계없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후 한달 동안 흡연자들이 자주 찾는 커피숍, PC방 등은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의 커피숍과 주택가 PC방은 흡연 손님들의 발길이 확 줄었다. 일부는 금연 정책에 따라 흡연실 설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곳에서는 손님들의 흡연을 애써 눈감아주고 있었다.
발 빠른 일부 음식점과 술집은 흡연실을 만들어 “우리 업소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며 흡연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찾으려는 흡연 애주가들 덕분에 포장마차는 때아닌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 커피숍, PC방 금역구역 지정에 ‘울고 싶어라’…일부 암묵적 흡연 허용
1일 여의도 증권가에서 30년째 영업 중인 모 커피·호프집. 이곳은 점심때만 되면 식사를 마치고 담배 한 대 피우려는 증권맨들이 모여들어 ‘너구리굴’이 연출되곤 했다.
하지만 새해부터 금연 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곳에서 일하는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예전에는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인 오전 11시부터 문을 열어달라고 아우성이고, 11시30분이 되면 70여석 되는 자리가 꽉 찼다”며 “전면금연이 시행된 1월 1일 이후에는 점심때에 2∼3개 팀밖에 안 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커피·호프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운영자 노모(58) 씨는 “매출이 1월 1일부터 딱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1월 중순 흡연실을 마련하고서 매출이 작년 대비 20∼30% 감소 하는 수준으로 나아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구 세종대로의 모 프랜차이즈 커피숍 관계자는 “실내 금연구역 지정 후 매출이 20∼30% 줄었다”며 “200만∼300만원을 들여 흡연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연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밖에 안됐고 정부가 본격적인 흡연 단속에 들어가지 않은 탓인지 흡연실을 마련한 커피숍은 많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인근에 있는 커피숍 6곳 중 흡연실을 신설한 곳은 한 군데에 그쳤다.
흡연실이 없는 커피숍 대부분은 손님들의 흡연을 암묵적으로 허용했다. 한 곳은 아예 재떨이를 갖춰둬 손님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박모(39) 씨는 “매출이 줄어 담배를 피우는 손님을 제지할 수가 없게 됐다”며 “어차피 담배를 피운다면 위생이라도 챙기겠다는 생각에 재떨이를 놓고 방향제를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흡연실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흡연실에서 음료나 음식을 들고 들어갈 수 없으나 이곳 흡연실에서는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손님 정재원(25) 씨는 “어차피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카페에서 무언가를 먹을 자유까지 빼앗는 것은 심한 처사”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PC방도 금연 정책에 따른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매출이 30∼50%가량 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 많았다. PC방 매출 상당수가 정액권을 끊고 이용하는 성인 손님들에게서 나오는데 이들 대부분이 흡연자이기 때문이다.
양천구 목동의 한 PC방 사장은 “최근 2년간 비교해 매출이 50%가량 줄었다. 특히 성인 손님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고 금연 정책 전후 달라진 업황을 전했다.
용산구 한남동 모 PC방 아르바이트생 김정민(25) 씨는 “밤에 손님이 40여명 왔었는데 지금은 10명도 올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며 “원래 담배를 안 피우거나 담배 연기가 싫은 사람들만 오는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일부 PC방은 손님들의 항의에 시달려 흡연을 허용하기도 했다.
용산구 후암동의 한 PC방의 김동근(45) 사장은 “낮에는 금연을 하고 있지만 밤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다 보니 나이 많은 손님들이 항의하면 종이컵을 내드리라고 한다”며 “매출 감소뿐 아니라 손님들 불만을 관리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 흡연실 설치, 숍인숍 등 자구책 모색…포장마차·테이크아웃 커피숍 인기
전면 금연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자구책을 찾아가는 업소도 적지 않았다.
일부 업소는 흡연실을 설치하는 등 이른바 흡연 마케팅으로 ‘금연 한파’를 버티고 있다.
순대볶음집 18곳이 밀집한 관악구 신림동 순대타운은 상인들이 돈 200만원을 투자해 건물 4층 화장실 옆 복도 끝에 공동 흡연실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미자네’을 운영하는 우종길(68) 사장은 “올해 바뀐 금연 정책 때문에 흡연실을 만들었다”며 “광고판을 곧 만들어서 붙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흡연실을 설치한 신림동의 술집 서윤미(48) 사장은 “요즘 술집들이 흡연실을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추세라 우리도 술집 앞에 광고판을 붙였다”며 “아직 흡연실 광고로 손님이 늘어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기존 흡연구역을 흡연실로 바꾸기보다는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커피숍도 있다.
시청역 근처 커피숍 점주 김차훈(30) 씨는 “숍인숍(shop in shop) 개념을 활용, 기존 흡연공간을 수제 빵집으로 임대하려고 알아보는 중”이라며 “흡연자 손님이 줄면서 감소한 수익을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연 정책으로 적지 않은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포장마차가 대표적이다.
영등포 사거리 부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모(60.여) 씨는 “하루에 3∼4팀 정도가 더 오는 것 같다”며 “단골손님들이 전면 금연 정책이 시행된 뒤 ‘앞으로 매출이 괜찮아 질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포장마차를 찾은 회사원 이모(54) 씨는 “회식할 때 담배를 피우려고 계속 밖을 왔다 갔다 하니 회식 분위기가 나지 않아 팀 회식을 무조건 담배를 편하게 피울 수 있는 포장마차로 오고 있다”며 달라진 회식문화를 소개했다.
강남역 인근 포장마차를 찾은 회사원 성은봉(33) 씨는 “담배를 자유롭게 피울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포장마차를 주로 찾는다”며 “올해 들어 다닌 술집 중 40%가 포장마차일 정도”라고 귀띔했다.
매장이 있는 커피숍은 울상이지만 테이크아웃 커피숍은 손님이 몰리고 있다. 매장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으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테이크아웃 커피숍으로 흡연 직장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종로구 관철동의 테이크아웃 커피숍 직원 김민정(26.여) 씨는 “1월 들어 매출이 전달보다 30%가량 증가했다”며 “손님들이 사서 가져간 커피를 들고 근방 골목에서 옹기종기 담배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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