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유출경로 여전히 불분명…최대 과제

’정윤회 문건’ 유출경로 여전히 불분명…최대 과제

입력 2014-12-14 00:00
수정 2014-12-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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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문건’과 다른 경로로 유출됐을 가능성도세계일보 사법처리 막판 고비될 듯’박지만 미행설’ 관심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수사가 2주 만에 의혹을 상당 부분 규명하고 반환점을 돌았다.

파문을 촉발한 이른바 ‘십상시’ 모임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났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의 핵심 피의자인 최모(45) 경위의 자살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러나 이미 확보한 물증만으로도 문건의 유통경로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문건 유출은 대부분 최 경위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문제의 ‘정윤회 동향보고’ 문건은 유출경로가 아직 불분명하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세계일보를 어떻게 수사할지, 어느 선에서 사법처리할지가 검찰로서는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정윤회 문건’ 출처는 = 청와대 문건 유출의 윤곽은 대부분 드러났다.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갖다 놓은 문건들을 최 경위가 외부에 유포했고 세계일보 등 언론사에 흘러들어갔다는 게 골자다.

세계일보는 지난 5월 청와대 문건 100여장을 박지만(56) EG 회장에게 전달했다. 대부분 박 회장과 부인 서향희(40) 변호사에 대한 동향보고다. 문건을 받아본 박 회장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부분이다.

이와 별도로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오모 당시 행정관을 통해 문건 유출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된 문건이 3개월만에 청와대로 되돌아간 셈이 됐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의 핵심인 ‘정윤회 문건’의 전달경로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를 밝히는 게 남은 수사의 최대 과제다.

’박지만 문건’에 섞여 함께 돌아다녔다면 수사는 쉽게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또다른 경로로 유통됐거나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 또는 제3의 인물이 유출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 경위의 자살로 동료 경찰관들에게 적극적 수사협조를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물증에 더해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 박 회장 등 문건 전달경로나 주변 인물을 상대로 단서를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를 어떻게 하나…” = 검찰의 어려움은 문건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함구하는 데 있다.

’정윤회 문건’ 기사를 처음 작성한 세계일보 기자는 검찰 조사에서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입수경로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외부유출의 발단에 해당하는 최 경위에게는 더이상 진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물증에서 단서를 잡아야 하지만 세계일보와 기자들을 상대로 강제수사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세계일보와 한국기자협회는 이미 압수수색이 ‘언론자유 침해’라며 배수진을 쳐놨다.

세계일보는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도 검찰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기자 등 6명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고 보도의 근거가 된 ‘정윤회 동향보고’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잠정 결론났다.

법조계에서는 언론보도를 이유로 기자를 형사처벌한 사례가 극히 드문 점을 들어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문건 내용은 허위라고 해도 보도가 청와대에서 작성한 공식 문건을 바탕으로 한 점 역시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7인회’·’박지만 미행설’ 수사결과 관심 = 검찰은 박 회장을 불러 이른바 ‘7인 모임’과 ‘미행설’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7인 모임’의 실체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정윤회씨가 박 회장에게 미행을 붙였다’고 보도한 시사저널을 정씨가 고소한 사건도 5개월 동안 계류중이었다. 청와대 문건의 진위·유출이라는 이번 수사의 큰 틀에서 보면 부수적인 사건에 가깝다.

그런데도 박 회장 소환을 압두고 ‘7인회’와 ‘미행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7인 모임’이 ‘십상시’와 마찬가지로 실제가 없다고 결론난다면 ‘7인 모임’을 문건 유출·작성의 배후로 지목한 청와대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7인회’ 멤버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물론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도 의도를 갖고 급하게 꾸며낸 티가 난다며 의심하는 분위기다.

’미행설’ 역시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외부접촉을 피하고 검찰의 서면조사에도 응하지 않던 박 회장이 직접 검찰에 나가 조사받기로 한 것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이번 기회에 털고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사저널 보도에는 박 회장이 지난해 11∼12월 자신의 승용차를 따라다니던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정윤회씨 지시로 미행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받은 것으로 나온다. 정씨를 대리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자술서만 검찰에 제출했다면 끝났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행설’은 두 사람간 파워게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검찰이 미행설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서 수사결과로 권력암투의 단면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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