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동떨어진 ‘관할 정리’에 시간 허비할 상황
구난업체 언딘에 일감 몰아주기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해경 간부들에 대한 기소가 관할을 위반한 것으로 법원이 판단했다.생소하고도 이례적인 관할 위반 선고가 나오면서 재판 관할을 따지느라 정작 해경 간부들의 행위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공전하게 됐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해경 간부 2명에 대한 재판에서 “이 사건은 광주지법의 관할에 속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상 토지 관할의 요건인 범죄지는 인천 또는 전남 진도, 주거지는 인천 또는 강원 동해여서 어느 하나도 광주지법의 관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진도는 광주지법 관할에 포함된다고 검찰은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도는 엄밀히 광주지법 해남지원 관할지역이고 지원이나 본원이나 대등한 지위의 1심 법원이어서 해남지원 관할이 광주지법 본원의 관할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날 재판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광주에서 재판을 계속 해달라는 세월호 유가족 측의 의견서까지 제시했다.
공판에 참석한 한 검사는 “피고인들 행위의 정당성 판단은 세월호 침몰 사건의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해야 하는데 재판을 인천지법에서 진행한다면 그동안 관련 재판 심리를 해온 광주지법 재판부와 비교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법리상 관할에 문제가 없고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해야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효율도 기본적인 원칙 준수라는 전제 아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상 최악의 참사에 쏠린 국민적 관심에 승무원, 선사, 해경 등에 대한 수사를 서두르다가 기본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관할 위반 판결에 항소할 방침이어서 본질에서 동떨어진 ‘관할 정리’에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검찰은 관할 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은 기초적인 실수에 대한 비난은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곳이자 피고인들이 재판받기 원하는 인천에서 기소를 다시 해야 하는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