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직원들 사람 아닌 것처럼 막 당해”

정명훈 “직원들 사람 아닌 것처럼 막 당해”

입력 2014-12-11 00:00
수정 2014-12-1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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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용납 못해” 입 뗐지만…

정명훈(61)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박현정(52) 서울시향 대표의 폭로에 입을 열었다. 그동안 해외에 머물며 침묵해 온 정 감독은 10일 귀국해 곧바로 참석한 서울시향 공연 리허설에서 “(박 대표의 폭언 등은) 인권에 대한 문제이며, 인권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못 견디겠다. (예술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각각 ‘인권유린’과 ‘사조직 폐해’를 들어 맞서고 있지만, 공연계 안팎에서는 ‘진흙탕 파워게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10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향 연습실을 찾은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하기에 앞서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10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향 연습실을 찾은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하기에 앞서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시향 공연을 앞두고 귀국한 정 감독은 서울시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위해 모인 100여명의 단원들 앞에서 “(박 대표 문제는) 들은 지 꽤 오래됐다. 1년도 넘었다. 직원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한번 불려 가면 몇 시간 동안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막 당한다고 들었다”며 “이것은 인권에 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가 처음에 일은 잘하는 것 같고 영리해서 좀 참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했는데, 직원들이 한 사람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를 그렇게 취급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서울시에 ‘이런 것에 못 견디겠다. (예술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히 해결되길 바랐는데 안 됐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박 대표의) 인터뷰로 이상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알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향은 정 감독의 사조직”이라며 서울시향보다 개인재단 미라클 오브 뮤직의 펀딩 활동 주력, 부인 호텔 비용 서울시향 예산 전용, 사전 승인 없이 피아노리사이틀 순회 공연 발표 등 정 감독의 전횡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정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공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예술’과 ‘경영’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관계자는 “지휘 거장 카라얀과 로린 마젤도 오페라단 경영진과 대립하다 음악감독직에서 해고된 적이 있다”면서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 결국 서울시향만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의 직원 인권침해와 정 감독의 공연일정 임의 변경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서울시는 늦어도 다음주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박 대표의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시향 이사회는 해임안을 상정,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정 감독과의 재계약 문제도 서울시로서는 적잖이 난감하다. ‘정명훈 없는 서울시향’을 대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내년 서울시향 공연 티켓의 48%를 판매한 마당에 줄줄이 공연 차질이 빚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 감독 사퇴에 대해)아직 공식채널로 보고받은 것이 없다”며 “박 대표가 제기한 계약서 부실 부분 등을 보완해 재계약을 하는 쪽으로 어떻게든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9년간 정 감독과 자동 재계약을 하며 매번 연봉과 지휘료를 5%씩 인상해 왔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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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2-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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