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시신’으로 얼어붙은 수원 민심…”외출이 두렵다”

‘토막시신’으로 얼어붙은 수원 민심…”외출이 두렵다”

입력 2014-12-09 00:00
수정 2014-12-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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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등산로에 인적이 뚝 끊어져 ‘한산’팔달산 인근 주민·상점 “빨리 범인 잡아줘야 안심”

“무서워서 못 살겠어요, 외출하기가 너무 두렵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팔달산 아래 단독주택에 사는 김모(43)씨는 9일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을 했다.

경기도청 공무원인 김씨는 가끔 도청에 차를 두고 팔달산 도로를 따라 집까지 20여 분을 걸어가곤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도청 뒤 팔달산에서 장기가 없는 토막시신이 발견되고 나서는 걷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김씨는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도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아내가 늦게 오면 꼭 차로 데리러 간다”면서 “이곳 팔달산 주변 주민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기자가 팔달산 주변을 직접 걸어보니 김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평소 팔달산에는 점심때를 이용해 ‘토막 운동’을 하는 도청 공무원들과 주변 고등동과 남창동 주민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팔달산 동쪽 정조대왕 동상 쪽에서 서쪽의 경기도청으로 향하는 길을 1시간가량 걷는 동안 만난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팔달산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사건이 나고 등산객이 좀 줄긴 했다”고 말했다가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겨울이라서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엽기적인 사건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면 팔달산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산책을 하다가 만난 도청의 한 직원의 비교적 솔직한 이야기다. “동료들과 함께 점심 산책을 나왔는데 사람이 정말 없네요. 그 사건 때문인 것 같아요.”

팔달산 정상 산책로는 인적이 더 뜸했다.

팔달산에서 가장 높은 서장대로 300여m를 올라가 경기도청 후문 쪽 시신이 발견된 곳으로 향했다.

햇볕을 받아 눈이 녹은 정상 산책로는 대낮인데도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웠다. 서장대 앞에서 대만인 관광객 6명을 만난 것이 전부였다.

30여 분을 걸어 성벽 아래 진달래 화장실 옆 화성안내소에 들어가 시신발견 장소를 물었더니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나온다”고 알려줬다.

안내처럼 산길을 5분여 내려가니 ‘출입금지’라는 글이 쓰인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진 곳이 보였다.

이곳은 차가 다니는 팔달산로에서 불과 20여 m 떨어져 있는 데다, 주택가에서도 가까워 많은 사람이 오가는 산책로였다.

길가에서도 시신이 발견된 곳이 쉽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확 트여 있어서 왜 이런 곳에 시신을 버렸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10년째 팔달산을 산책한다는 고등동 주민 이모(68)씨는 “가로등도 환하고 사람도 많은 길인데 이런 데에서 끔찍한 시신이 발견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분명히 다른 곳에서 죽여서 여기다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고 나서 이 코스 산책로에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면서 “낮에야 별일이 있겠느냐마는 겁이 나서 그런지 나오는 사람이 없다”고 불안한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 5개 중대 등 440여 명과 수색견 4마리를 팔달산에 투입해 수색했지만, 수사에 단서가 될만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신발견 현장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인데다가 팔달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수십 군데에 달해 수색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폐쇄회로(CC)TV가 문화재 주변에만 있어 시신 유기자의 모습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경찰은 현재 팔달산에 접근하는 길목인 화서동(8개)과 고등동(6개)에 있는 CCTV 14개의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고등동에 사는 주민 황모(52)씨는 “빨리 범인이 잡혀야 수원 사람들이 안심하고 다시 마음을 놓고 팔달산 산책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신속한 사건해결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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