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코앞인데…반년째 떠도는 화교사옥 주민들

겨울 코앞인데…반년째 떠도는 화교사옥 주민들

입력 2014-11-27 10:30
수정 2014-11-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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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강제철거 아픔…뚜렷한 구제방법 없어 “겨울 막막”

지난 2월 화재로 소실된 서울 중구 수표동 화교사옥 터에 살던 주민들이 5월 사옥 강제 철거 이후 6개월째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쪽방 등 임시거처를 만들어 지냈던 주민들은 철거 후에는 친척집 등을 전전하거나 빚을 내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다.

겨울을 코앞에 둔 주민들은 ‘한층 더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며 시름에 빠져 있다.

겨울이 돌아오자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주민들은 최근 서울시청과 중구청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행정 당국의 주거대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엄연히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산 내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며 “20∼30년간 살던 집에서 보상이나 대책도 없이 나갈 수는 없다”고 외치고 있다.

1928년 지어진 화교사옥은 주한 대만 대표부 소유지다. 1960년대까지 화교나 대만인들이 살다 1970년대부터 주변 빈곤층 주민들이 기존 거주자로부터 집을 넘겨받고 들어와 이때까지 살았지만 집이 불에 타고나서 정식 계약이 아니었다는 소리가 나왔다.

주민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대만인들에게 500만∼600만원을 주고 입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주민등록이 말소될 때까지 주민세도 냈다.

쪽방촌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은 전부터 화재취약지역으로 꼽혔지만 안전 대책은 없었다. 2월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자 구청은 지난 5월 강제철거를 결정했다.

30년간 이곳에 살며 네 자녀를 키웠다는 문경숙(61·여)씨는 27일 “대만인으로부터 400만원에 집을 사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갑자기 철거해놓고 아무런 보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문씨는 철거를 저지하다 용역업체 직원과 몸싸움이 붙어 폭행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발성경화증으로 지체장애 2급인 문씨는 “집도 잃었는데, 무슨 수로 벌금을 낼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주민 김모(55)씨는 경기도의 한 비닐하우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지만 앞길이 막막하다.

김씨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연탄 난로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피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추위가 찾아오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일 시청과 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그는 일 대신 집회로 일과를 채우다 보니 생활비로 들어간 수백만원의 빚이 남았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주민들은 최근 구청의 주재로 주한 대만 대표부와 면담을 했지만 ‘토지주의 사용권을 허가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거주했기에 전혀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만 확인받았다.

법률 상담도 받아봤지만 돌아오는 말은 ‘구제받기 어렵다’는 것뿐이었다.

구청 관계자는 “화교사옥 문제는 주한 대만 대표부와 주민 간 문제라 원칙적으로 구청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사회복지 차원에서 조건이 되는 주민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일수 수표동 주민 대책위 대표는 “우리는 집값을 치르고 들어왔기에 불법인 줄도 몰랐다. 혼자 사는 60∼70대 주민들이 자녀 때문에 임대주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주민등록은 말소돼 연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며 관할 구청에 적극적인 대책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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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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