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들어 보이는 김부선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과 관련한 문서를 들고 증언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배우 김부선(53)씨가 제기한 아파트 난방비 문제와 관련해 경찰은 ‘0원’ 난방비를 부과받아 열량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은 입주민들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형사입건하지 않고 내사를 종결했다.
입주민들은 김부선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김부선씨 역시 맞고소로 대응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6일 “난방량이 ‘0’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11가구에 대해서 열량계 조작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형사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성동구청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성동구 옥수동 H아파트에서 2007∼2013년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횟수가 두 차례 이상인 69개 가구를 조사한 뒤 그 이유가 소명되지 않는 가구 주민을 대상으로 소환조사 등을 벌여왔다.
조사 결과 미거주, 배터리 방전·고장, 난방 미사용 등의 소명이 이뤄지지 않고 난방량 ‘0’이 나온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구는 총 11개 가구였다.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오면서 이들 11개 가구가 2007∼2013년 부과받지 않은 난방비 총액은 총 505만 5377원으로 추산됐다.
해당 가구가 열량계를 고의로 조작해 관리사무소 직원을 속이고 난방비를 실제 사용량보다 적게 부과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난방비 ‘0원’인 이유가 소명되지 않은 11가구(38건)가 열량계를 조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일단 관리사무소 측이 열량계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봉인지의 부착·관리를 하지 않았다.
또 봉인지가 뜯어져 있어도 해당 가구가 고의로 해제한 것인지 입증할 수 없었다.
검침카드나 기관실 근무일지도 꼼꼼히 기록되지 않았다. 실제로 열량계 고장·수리나 배터리 방전·교체를 했더라도 기록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관리사무소 측은 난방량이 현저히 적게 나온 가구를 직접 방문해 사유를 자세히 조사하지 않는 대신 가구주에게 인터폰으로만 형식적으로 묻거나 아예 조사하지 않기도 했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20가구 55건의 열량계 고장 건에 대해 난방비를 부과하지 않거나 평균 난방비에 미달하게 부과해 총 344만 4945원의 난방비를 다른 가구에 전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처럼 열량계가 고장 난 가구에 난방비를 제대로 부과·징수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배임)로 아파트 전직 관리소장 이모(54)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해당 아파트의 난방비 문제 제기를 한 김부선씨는 “현 체제에서 관리소장은 동대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을’인데 ‘을만 잡고 나머지 주민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동대표들과 관리소장과의 유착관계를 조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는 “관리소 직원들은 위탁관리업체가 갱신되면 해고되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동대표와 관리소 직원들의 유착을 견제·감독할 수 있는 외부 감시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송 대표는 “구청은 문제가 발생하면 시정권고를 하거나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할 뿐이어서 현실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며 “국회에서 발의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난방비 ‘0원’ 혐의를 받았던 동대표 이모(62)씨는 지난달 6일 김부선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김부선씨가 페이스북이나 언론을 통해 동대표들이 마치 난방비를 하나도 안 낸 것처럼 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선씨도 지난달 10일 관리소장, 동대표 등 1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