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공개 요구에 서울구의원들 “술 먹는 돈인데…”

판공비 공개 요구에 서울구의원들 “술 먹는 돈인데…”

입력 2014-09-11 00:00
수정 2014-09-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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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의회만 정보공개 청구 없어도 공개

공공정보 공개가 확대되는 추세인데도 서울시 구의원 대다수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최근 강남구의회에서는 이를 공개하자는 의원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는 일까지 벌어졌다.

11일 연합뉴스가 서울 시내 25개 구의회의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정보공개 청구가 없어도 공개한다는 곳은 도봉구의회 한 곳뿐이었다.

그나마도 작년 말 모 상임위원장이 업무추진비로 술집과 유흥업소 등을 드나들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른 결과다. 여론에 등을 떠밀린 도봉구의회는 올해 4월 관련조례를 통과시켰고, 조만간 5∼6월치 사용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의장단이 새롭게 구성돼 업무추진비 공개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구의회도 강서와 중랑 등 두 곳에 그쳤다.

서울시 25개 구의회의 의장단의 월 업무추진비는 의장이 330만원, 부의장은 160만원, 상임위원장은 110만원이다.

시 전체로는 연간 20억원, 구별로는 매월 1천만원의 적지 않은 혈세가 들어간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까지 구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구청 감사실도 열어볼 수 없는 치외법권이었다”면서 “올해부터는 안전행정부 지침으로 매년 한 차례씩 감사를 받게 됐지만 구청과 구의회가 서로 비위를 눈감아주는 구조 속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남구의회에서는 업무추진비 공개를 주장하는 의원을 다른 의원이 공개적으로 제지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 22일 열린 강남구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강남구청에서만 30년을 근무한 경력을 가진 한용대(66·새누리당) 의원은 “구청에는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하면서 의회는 공개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청이 구청장은 물론 각 동 동장까지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소신 발언이었다.

한 의원은 “상임위원장은 몰라도 의장, 부의장만큼은 구의회 대표로서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모 의원은 “그걸 꼭 공개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그게 공개되면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이 매일 카드 갖고 다니며 술이나 먹고, 밥이나 먹는 꼴밖에 안 된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그날 회의는 여타 구의회 상황을 살펴본 뒤 다시 논의하자는 방향으로 일단락됐지만 이후 강남구의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더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의회의 주요 기능이 견제와 감시이고, 특히 지방의회는 지자체의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임무”라며 “정작 자신의 문제와 관련해선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의회의 기본 역할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에서 소장을 맡은 장유식 변호사도 “구청장을 감시해야 할 구의회가 자신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문제”라며 “스스로 엄격한 자기 검증 기준과 원칙을 갖추고 그렇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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