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의 자유 폭넓게 인정한 1심 뒤집혀…유종일 KDI 교수 패소
국가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에 소속된 채로 사전 승인 없이 정치활동을 한 이른바 ‘폴리페서’에 대한 정직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서울고법 행정8부(장석조 부장판사)는 유종일(56)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유 교수는 2012년 2월 휴가를 내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휴직을 신청했지만 불허된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유 교수는 총선 기간 민주통합당에서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아 재벌개혁 정책을 주도했으나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다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정치활동을 계속했다.
KDI는 총선이 끝난 2012년 6월 유 교수가 학교 승인 없이 38차례의 대외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유 교수는 소청심사에서 정직 1개월로 감경받았지만 이마저도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 교수가 휴직 허가 없이 학교를 벗어나 대외 활동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1심은 그러나 “교수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은 학문 연구와 사회 활동의 자유가 인정된다”며 “평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활동은 사전승인을 받을 대상이 아니다”고 보고 유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국책연구기관 소속인 유 교수가 소득 재분배·재벌 개혁·한미 FTA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KDI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설기관으로 일반 대학과는 달리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국가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업무를 한다”며 “국가 현안에 대한 일정한 시각을 담은 의견을 KDI 소속 교수로서 개진하는 경우 공식 의견으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므로 사전 승인을 요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교수가 대외활동 지침을 수차례 통보했음에도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1개월 징계 처분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