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신자들만 입장해 일반 집회 때 보다 ‘듬성듬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집전한 한국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의 참석자 수를 놓고 관계 기관들이 서로 엇갈린 집계를 내놓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시복미사가 거행된 서울 광화문광장은 광화문 바로 앞 제단부터 서울광장까지 1.2㎞ 구간이 교황을 환영하려는 인파로 메워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일부 언론매체는 시복미사 현장에 경찰 추산 80만∼100만명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서울시도 시복미사가 끝난 직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와 시민의 수가 ‘경찰 추산 약 9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적었다.
하지만 정작 프란치스코 교황의 외부 경호 및 경비 업무를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자와 시민의 수를 17만5천명으로 추산했다.
언론 보도나 서울시가 밝힌 숫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선 90만명이란 숫자를 내놓은 적이 없는데 일부 언론이나 서울시가 왜 그렇게 밝혔는지 의문”이라면서 “행사장에는 공식 초대를 받은 17만명만 들어갈 수 있었고, 행사장 바깥의 일반 시민의 수는 최대 5천명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행사장 바깥에서 미사에 참여하려는 시민의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 행사 관계자는 “인도에서 미사에 참여한 시민이 있기는 했지만 굉장히 많은 것은 아니었다”면서 “교황을 뵈려는 이들로 주변 찻집 등이 북새통을 이뤘지만 전체 집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인 15일 밤부터 광화문 주변을 다녀간 신자와 시민들을 모두 합산할 경우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하루짜리 행사의 참석인원을 집계하는데 연인원(延人員)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 대형집회에서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을 꽉 메우면 50만명으로 추산하곤 했는데, 누군가 출입통제가 이뤄진 이번 행사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바람에 잘못된 수치가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실제 이번 시복 미사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구역에 신자들이 앉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규모 집회 때 보다 밀도가 훨씬 ‘듬성 듬성’했다.
한편 서울시가 시복미사 참석자를 ‘경찰 추산 약 90만명’이라고 밝힌 것은 일부 매체의 보도를 확인 없이 인용한 결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직접 물어 본 수치가 아니라 (언론 보도를) 인터넷으로 확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개 광장과 주변을 꽉 메운 인파가 17만5천명밖에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면서 “경찰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인원을 집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황방한위원회는 시복 미사에 모인 신자와 시민들의 집계를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한 가톨릭 신자는 늘 소탈하고 서민적인 삶을 쫓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비춰보면 100만명이든 17만명이든 참석자 수를 단순히 논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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