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장애아동 공연 줄곧 선 채로 관람’손 하트’ 화답(종합)

<교황방한> 장애아동 공연 줄곧 선 채로 관람’손 하트’ 화답(종합)

입력 2014-08-16 00:00
수정 2014-08-1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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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석 기자·공동취재단 =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을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꽃동네 측의 권유에도 교황은 50여분의 만남 시간 내내 사뭇 선 채로 장애 아동들의 공연을 관람했고 때로는 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때로는 이마에 입을 맞추거나 기도하며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16일 오후 4시 30분 꽃동네 희망의 집 1층에 들어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 경당에서 묵상하는 것으로 장애인과의 만남 일정을 시작했다.

경당 내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비스듬히 누워있는 장애인들, 두 다리를 쓰지 못해 바닥에 앉아 있는 장애 아동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고 성호를 그으며 축복했다.

희망의 집 2층에서는 ‘성모의 집’ 장애아동 42명, ‘희망의 집’ 장애어른 20명, ‘구원의 집’ 노인환자 8명, 입양이 예정된 ‘천사의 집’ 소속 아기 8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했다.

엄숙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가 낮게 깔렸던 희망의 집 2층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들어서자 우렁찬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며 정적을 깼다.

팔과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아이 둘을 포함, 11명의 장애아동이 교황 앞에서 노랫소리에 맞춰 율동을 펼치자 박수 소리의 울림은 더욱 커졌다.

공연한 어린이들이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자, 사뭇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최고’라고 칭찬했다.

이들의 머리와 뺨에 일일이 입을 맞추며 축복하기도 했다. 한 장애 아동이 재차 손 하트를 그리자 교황도 손 하트로 화답하며 꼬옥 끌어안았다.

공연이 끝난 후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김인자 세실리아(74·여)씨가 그동안 정성껏 접었던 종이학과 종이거북을,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베로니카씨는 한땀 한땀 공들여 교황의 얼굴을 수놓은 자수(刺繡) 작품을 선물했다.

교황은 선물 증정식이 끝난 뒤 자신 앞에 서 있고 누워 있는 장애 아동·어른들, 신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마에 입을 맞추자 전신 마비 상태로 누워 생활하는 오리나(23·여)씨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졌다.

27년 전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이미 용서했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는 요한씨를 마주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며 그를 축복했다.

교황은 장애 아동과 제빵·제과 기술을 배우는 장애 학생들, 입양을 기다리는 영아들을 일일이 축복했다.

장애 노인들은 교황의 축복을 받고는 포옹하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낮은 데로 임한 교황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증샷을 원하는 봉사자들과 사진을 찍는 등 격의 없는 모습도 보여줬다.

장애인과의 만남 행사가 끝날 무렵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 계신 모든 분에게 주민의 평화가 함께하시길 빈다”고 기도한 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손을 흔드는 것으로 작별의 인사를 건넨 뒤 희망의 집을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자이크로 그린 예수 그림을 꽃동네에 선물했다.

장애인 만남의 행사를 지켜본 임지형 마리아(39·여·인곡자애병원 봉사자)씨는 “낮은 자세로 항상 찾아다니시는 교황님을 직접 뵈어 기쁘다”고, 김명심 안드레아(47) 수녀는 “교황님의 방문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노인의 집’에서 생활하는 박명희 할레나(81·여)씨는 “교황님을 보니 좋다. 많은 축복이 내리길 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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