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안전불감증…차도밑 80m 거대 동공 ‘큰일날 뻔’

또 안전불감증…차도밑 80m 거대 동공 ‘큰일날 뻔’

입력 2014-08-14 00:00
수정 2014-08-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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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조사하다 발견, 부실공사·책임감리제 도마에

서울 석촌지하차도 앞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큰 길이 80m의 동공이 발견돼 지반침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석촌지하차도의 내부 기둥 25개에는 지반 침하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균열이 발견돼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을 시공하는 삼성물산이 연약한 지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터널을 파 발생한 일이라고 책임을 돌렸지만, 서울시도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서울시와 시공사 모두 공사 시작 때부터 이미 연약한 지반과 해당 공법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또다시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 차도 밑 80m 빈 공간…지하차도 기둥 균열 = 14일 조사단이 발견했다는 폭 5∼6m, 깊이 4∼5m, 연장 80m의 동공은 전날까지만 해도 수많은 차량이 지나다닌 차도로부터 불과 3m 아래에 있었다.

시공사가 해당 구간을 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조사단은 쉴드 기계로 연약한 지반을 뚫고 나서 제대로 그라우팅(틈새를 메우는 것) 작업을 하지 않은 탓에 동공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동공이 언제 생겼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굴진 직후 생겼다면 10개월이 넘는 기간 그 위로 차량이 오간 셈이 된다.

무너져 내린 벽에는 해당 구간이 과거 한강 물줄기였던 것을 증명하듯 주먹 만한 자갈들이 엉성하게 박혀 있었다. 벽은 손으로 살짝 건드려도 부스러졌다. 아래에는 고인 물과 흙, 시멘트가 서로 섞여 펄이 형성됐다.

한 조사위원은 “지하수가 유입돼 충적층이 흘러나가면서 동공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자갈이 박힌 벽은 수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공은 지하터널 기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시는 동공이 발생한 주변 72m 구간의 터널 기둥 25개에서 균열을 발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실금이라 큰 문제는 아니지만 동공이 더 커지거나 지속했으면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연약 지반용’ 쉴드공법…보완조치 있어야 완벽 =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 공사에서 쓰인 쉴드공법은 연약한 지반에 터널을 뚫을 때 토압이나 수압에 견딜 수 있게 터널 직경보다 조금 더 큰 원통형 기계를 이용해 수평으로 터널을 파면서 나아가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쉴드공법이 연약한 지반에 주로 사용되는 공법이지만 터널을 판 뒤 방수처리나 천장을 고정시키는 그라우팅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공사가 쉴드로 흙을 파낸 후 지반을 다시 탄탄하게 하는 작업을 안해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강력히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법은 특히 지하철 9호선 공사에 많이 쓰였다.

천석현 서울시 도시기반본부장은 “쉴드공법은 9호선 1단계와 2단계 공사에서도 쓰였다”며 “국회의사당 근처 구간도 이 공법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 아직 부실한 책임감리제와 여전한 안전불감증 = 조사단은 싱크홀과 동공 발생의 1차적 원인을 시공사의 부실공사로 돌렸다.

박 교수는 “연약한 지반, 모래 자갈층, 암반층을 한 번에 뚫는 공사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런 구간을 쉴드기계로 뚫고 제대로 보강 작업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모든 책임은 시공사에서 진다”고 답했다.

9호선 3단계 공사는 턴키방식으로 진행,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뤄져 서울시는 완성품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서울시의 이날 발표는 최종적인 게 아니라 중간 조사 결과 발표”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최종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서울시에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공사는 책임감리제로 진행돼 관리감독의 법적 책임은 감리사가 져야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 사고 후 책임감리제를 대폭 손질, 시의 관리감독권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허점이 발견됐다.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안전불감증 역시 다시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2009년 계약 후 4차례에 걸쳐 해당 구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한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으면서도 공법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았고 서울시 역시 대책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싱크홀이 발생하고 나서도 일주일 넘게 조사를 벌이다 ‘운 좋게’ 동공을 발견했다.

박 교수는 “조치가 제대로 안 됐으면 10m 이하로 자동차가 곤두박질 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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