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준 발언에 유가족들 진료 거부… 건강 적신호”

“안홍준 발언에 유가족들 진료 거부… 건강 적신호”

입력 2014-08-09 00:00
수정 2014-08-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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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주치의 최규진씨

“나도 의사지만 세월호 유가족이야말로 병든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기준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이분들이 대신 싸우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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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서 의사 최규진씨가 진료 일지를 정리하고 있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서 의사 최규진씨가 진료 일지를 정리하고 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진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지난달 14일부터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 최규진(36)씨는 “세월호 가족들이 진짜 의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인 최씨는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이 시작된 이후 매일 국회와 광화문을 오가며 혈압, 맥박, 안구 반응 등을 살피는 ‘바이털 체크’를 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는 이날로 단식 26일째를 맞았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이미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이날부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바이털 체크마저 거부했다. 최씨는 “어제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을 제대로 했으면 벌써 실려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뒤 일체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원래 지병이 있어 호흡 곤란이 심했는데 진료마저 거부해 큰일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가족들에 대한 진료를 시작한 이래 최씨는 “그냥 자식 옆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유가족들이 보상을 바란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특별법 제정이 표류되자 유가족들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정치권의 세월호특별법 논의가 ‘야합’으로 끝나자 가족들이 더욱 격분했다”고 농성장 분위기를 전했다.

의료민영화 반대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최씨는 “자본의 이익보다 국민 전체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로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의료민영화 반대 운동과 세월호 진상 규명은 결국 맥을 같이한다”면서 “유가족들은 자식의 죽음을 짊어진 채 한국 사회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최씨는 곧장 국회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 4일 극도로 건강이 악화돼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가 전날 ‘여야 합의’ 이후 물과 소금마저 끊고 다시 단식을 시작한 유경근(45)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유 대변인 또한 진료를 거부하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최씨는 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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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08-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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