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평 수해 현장 르포…가평군 2주전에야 복구공사 지원
산사태 불안으로 ’집 비운 지 1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 거주하는 탁범식(75) 씨가 산사태가 일어난 집 뒷마당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시간 당 91mm라는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가 탁 씨의 집을 덮쳤으며 그 이후 탁 씨는 산사태에 대한 불안으로 집을 비워놓고 있다. 사고 1년 후 축대를 설치했으나 여전히 나무가 없는 숲과 처마와 벽에 묻어 있는 흙이 산사태의 상흔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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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군청 입구 교차로에서 외길을 따라 750여m를 올라간 산골에 있는 탁범식(75) 씨의 집을 지난 7일 찾았다.
지난해 7월 14일 오전, 한 시간에 91mm라는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가 집을 덮친 지 꼬박 1년 만이었다.
안마당을 손질하던 탁씨는 그때를 떠올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탁씨가 ‘우당탕탕’하는 굉음에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온 집안이 진흙 범벅이 됐다.
집 안에 그대로 있었다면 꼼짝없이 화를 당했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산사태로 집이 반파되는 끔찍한 일을 겪은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집은 주인이 돌보지 않아 참혹했던 현장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었다.
산사태의 상흔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 거주하는 탁범식(75) 씨는 산사태에 대한 불안으로 집을 1년째 비워놓고 있다. 지난해 7월 시간 당 91mm라는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가 탁 씨의 집을 덮쳤다. 가스 계량기에 묻어 있는 흙이 산사태의 상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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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까지 읍내 아들네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면서 “원래 이 집에서 손주를 키우고 있었는데 불안해서 우리 보물(손주)을 집 안에 두지 못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탁씨는 그의 말마따나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가 최근에서야 마당의 흙을 고르고 먼지를 터는 청소를 시작했다.
그동안 예산이 없다며 미뤄왔던 수해복구 공사를 2주 전에야 경기도와 가평군에서 마무리해줬기 때문이다.
집 뒤로 산비탈에서 흙과 나무가 쓸려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높이 약 1m, 길이 약 20m의 축대를 쌓았다.
또 물이 잘 빠지라고 마당을 통과해 집 앞 실개천까지 이어지는 폭 70cm가량의 배수로도 설치됐다.
7월 장마를 앞두고 ‘부랴부랴’ 정비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해를 당한 경기북부지역에서 장마철을 앞두고 재해 우려 지역을 점검한 결과 경기도가 확인한 산사태 취약지역은 기존 833곳에서 913곳으로 80곳 늘었다. 관리대상도 8천675가구에서 46가구 추가했다.
이 중에서 일부는 주택 매몰 등 인명 피해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긴급 조치했다.
공사장 등 집중 관리지역 192곳은 담당부서를 정해 월 2회 이상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 외에도 경기북부를 휩쓴 2011년 수해 이후 복구나 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도 많았다.
7일 찾은 파주 감악산 설마천은 ‘설마~구읍간 확.포장 공사’가 몇년째 중단돼 곳곳에 암반과 토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낙석 및 낙하물 등의 피해가 우려돼 공사관계자 외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설치돼 있고 일부를 그물과 방수천으로 덮은 것 외에 별다른 조치는 없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됐다.
같은 날 둘러본 포천시 소흘읍 이곡초등학교 인근 전원주택 단지도 한눈에 위험스러워 보였다.
산비탈을 깎아 집터를 만들고 축대를 쌓았으나 풀과 나무가 없이 토사가 경사면에 벌거숭이로 노출돼 있다.
폭우가 쏟아지면 금방이라도 산사태가 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지난달 경기도 점검에선 의정부 수락산과 남양주 화도읍 계곡 주변 음식점 등이 물길 위에 평상을 설치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한 것이 적발됐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평상 등 구조물로 인해 물길이 막히고 범람해 사고가 날 위험이 지적됐다.
포천시 내촌면도 산을 뚫고 도로를 개설해 양쪽에 비탈면이 생겼고 그 아래 상가와 주택 등이 있어 집중 호우 때 매몰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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