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는 거리응원 한국인의 힘 느껴요

하나 되는 거리응원 한국인의 힘 느껴요

입력 2014-06-23 00:00
수정 2014-06-2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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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시집 온 9년차 필리핀 로센리 주부가 본 월드컵 응원문화

“월드컵과 촛불집회에서 하나로 똘똘 뭉치는 ‘한국인의 힘’을 봤습니다.”

로센리 이 파라딘(왼쪽)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의 카페 오아시아에서 함께 일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활짝 웃고 있다. 오아시아 제공
로센리 이 파라딘(왼쪽)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의 카페 오아시아에서 함께 일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활짝 웃고 있다.
오아시아 제공
필리핀 출신 로센리 이 파라딘(32·여)이 한국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06년. 13살 연상의 남편 김모(45·건축설비기사)씨와 결혼하면서 한국땅에 정착했다. 하지만 한국 생활 9년째인 지금은 모국어인 타갈로그어(영어와 더불어 필리핀의 공용어)보다 한국말이 더 편하다는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3남 1녀를 키우는 ‘슈퍼맘’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일터인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의 카페 오아시아에서 만난 로센리는 “18일 아침에도 남편, 아이들과 월드컵 축구 러시아전을 봤다”면서 “한국 오기 전까지 월드컵은 유럽이나 남미, 미국 사람들만 하는 대회인 줄 알았다”며 수줍게 말했다. 이어 “필리핀에서는 한국 축구는 몰랐고, ‘파리의 연인’ ‘풀하우스’ 같은 드라마만 좋아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축구 문외한이던 그는 어느새 4년마다 밤잠을 설쳐 가며 한국 대표팀 경기를 챙겨보게 됐다. 로센리는 “한국인의 열정(熱情)에 동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촛불집회도 그렇고, 4년마다 돌아오는 거리응원을 보면 한국인의 저력을 새삼 느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결혼했을 때만 해도 로센리가 낯선 한국 땅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정붙일 곳 없던 시절, 주위 어르신들이 나눠준 따뜻한 정(情) 덕분에 버텼다”면서 “시장에 가면 젊은 처자가 남의 나라 와서 힘들겠다며 손 잡아주고, 장 볼 때도 뭐라도 덤으로 더 주시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거리응원도 정이 넘치는 한국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주여성들에 비해 유창한 한국어의 비결을 물었다. 현재 두 살배기인 막내 아들을 출산하기 전까지 그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분식집에서 일했다. 로센리는 “사장님도 좋은 분인데다, 다른 종업원들이 모두 조선족이라 일하며 자연스럽게 배웠다”면서 “지금은 (서울시 외국인 전용 민원 센터인)글로벌센터를 통해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이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부인과 사별한 남편의 세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결혼 직후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에게 제대로 된 엄마 역할을 하고 싶은데, 타갈로그어는 통하지 않아 죽기 살기로 한국어를 배웠다”면서 “특히 결혼 당시 겨우 다섯 살이던 셋째 아들(13)에게 늘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오는 27일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온 가족이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으며 대표팀 승리를 기원할 계획이라는 로센리는 “지난 월드컵 때부터 골키퍼 정성룡 선수를 응원해 왔다”며 “이번에도 잘 지켜줄 거라 믿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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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허광행 서울시의원 “오존 저감은 효과 검증까지, 냉매 관리는 친환경 전환까지”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6-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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