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무심한 바람에 눈물만 흩날린다

팽목항 무심한 바람에 눈물만 흩날린다

입력 2014-05-11 00:00
업데이트 2014-05-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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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트라우마 치유 전문가들 찾아

무심한 자연은 어머니의 울음소리도 들어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오늘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선착장에 주저앉아 울음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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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
<세월호참사>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26일째인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다 울고 있다.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서해남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잠수사들의 수중 수색, 항공 수색과 해상 방제작업도 잠정 중단됐다.
연합뉴스


어머니의 울음소리, 한이 맺혀 쏟아내는 혼잣말은 거센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에 묻혀 흩날렸다.

파도와 바람은 어린 자식을 찾으려는 이들의 악착같은 노력을 또 한번 가로막았다.

어머니는 자식을 내버려 두고 피항할 수밖에 없는 수색함들을 바라보며 하릴없이 자연을 원망했다.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비상이 걸렸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항구 앞바다에는 어선 수십 척이 서로에 밧줄을 매고 피항해 있었고, 가족 임시숙소를 비롯한 자원봉사 텐트는 바람에 날아갈까 봐 밧줄을 단단히 매고, 모래주머니를 주변에 쌓느라 분주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던 팽목항이 악천후 때문에 바빠졌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예외였다.

오전 해경과 해군 관계자로부터 “오늘도 어렵다”는 브리핑을 들고 등대에까지 나가 어린 자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눈물을 쏟고, 지친 심신으로 하루를 보내던 어머니는 오늘은 등대까지 걸어가지도 못하고 선착장에 주저앉았다.

동생뻘 돼 보이는 여경이 어머니 옆에 무릎 꿇고 앉아 껴안았다. 여경은 어머니의 등을 토닥토닥이며 진정시키려 애썼다. 어머니에게 체온을 나누며 위로를 전하던 여경의 어깨는 때론 어머니보다 더 들썩였다. 일면식 없는 이의 위로를 받으며 어머니는 오늘도 하루를 견뎌낼 기운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이날 한 무리의 외국인도 팽목항을 찾았다. 이스라엘에서 온 이스라에이드(IsraAID) 트라우마 치유 전문가들이다.

테러와 전쟁의 공포, 두려움을 많이 겪은 나라여서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안다고 했다.

심리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안산시 단원고를 들러 진도 팽목항과 체육관을 둘러본 이들은 “현장에 와보니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이 겪고 있을 트라우마가 이제야 실감난다”고 말했다.

한 이스라엘 여성은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행복도 없었다”며 “그러나 결국 극복하는 법을 깨달아 살아간다. 그 방법을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가족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자연의 심술이 잦아들어 어린 자식의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의 소식이 끊긴 지 26일째인 오늘도 차마 놔두고 떠날 수 없어 바닷물에 떨구는 눈물로 애타는 마음을 전하려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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