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부작위에 의한 살인’ 어떤 판결 있었나

<세월호참사> ‘부작위에 의한 살인’ 어떤 판결 있었나

입력 2014-04-22 00:00
수정 2014-04-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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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 의무·미필적 고의’ 존재 여부가 쟁점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가 사고 직후 승객들을 위해 아무런 구호 조치도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씨에게 형법상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형법은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발생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부작위범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판례를 보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선 이씨의 작위 의무와 미필적 고의를 입증해야 한다. 그럴 경우 일반적인 살인처럼 최고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2009년 9월 서울고법은 낚시터에서 지인을 물에 빠트려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유모(56)씨의 항소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상급심에서 형이 높아진 것은 인정된 죄명이 과실치사에서 살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심은 유씨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유씨는 2008년 8월 경기도 포천 한 낚시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과 밤 낚시를 하다가 그의 엉덩이를 팔로 밀어 물속에 빠지게 한 뒤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1심은 유씨가 실수로 지인을 익사하게 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2심은 유씨가 사고 직후 유씨에게 지인을 구해야 할 작위 의무가 있었고 유씨가 사실상 지인의 익사를 ‘용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물에 빠진 피해자가 허우적거리는 것을 목격하고도 직접 낚싯대를 내밀거나 큰 소리를 질러 구호를 요청하는 등의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씨의 부작위는 그가 처음부터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물에 빠트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평가할 만한 살인의 실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유씨가 지인과 금전적인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등 사고 당시 불만을 품고 있었던 정황을 언급하며 유씨에게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와 관련 “세월호 선장을 살인죄로 의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소할 때 주위적으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예비적으로 나머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씨의 경우 선장으로서 위험에 처한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아 부작위범으로 볼 수 있고 승객들의 익사 가능성을 인식한 채 자신이 먼저 탈출해 미필적 고의까지 추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판사는 “수사 결과에 따라 선박직 선원 모두가 살인을 공모한 것으로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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