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2년 英해군수송선 침몰…군인들 여성·어린이 구하고 전원 수장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영국의 ‘버큰헤드(Birkenhead) 정신’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이 침몰 당시 승객보다 먼저 탈출한 부적절한 행동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이 정신은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의 침몰 사고 때 함장과 병사들이 여성과 어린이를 사력을 다해 구한 뒤 끝까지 배를 지킨 데서 유래했다.
’여자와 어린이, 노약자를 먼저’, 고귀한 희생정신이라는 전통을 만들어냈다.
1852년 2월 새벽 군인 472명과 가족 162명 등 634명을 태운 버큰헤드호가 남아프리카 희망봉 앞 바다를 지나가다가 암초에 부딪혔다.
배는 두 동강 나 한 쪽이 가라앉았다.
군인과 가족이 반대 편으로 몰리며 배는 서서히 침몰했다.
상어가 우글거리는 바다에 풍랑까지 거세졌다.
구명보트는 단 3척. 한 척에 60명씩 총 180명만 탈 수 있었다.
모두 절망에 빠졌고 일부는 울부짖는 등 아비규환이 됐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북소리가 울렸고 동시에 갑판으로 집결한 병사들은 함장의 ‘차렷’ 구령에 정렬했다.
병사들은 함장 지시에 따라 횃불을 밝힌 뒤 차분하게 여자와 어린이들을 구명보트에 태워 구조 준비를 끝냈다.
구명보트에는 약간의 자리가 남았다. 구명보트 승선자들이 ‘여유가 있으니 뛰어내리라’고 소리쳤지만 병사들은 끝내 꼼짝하지 않았다.
보트가 휘청거려 전복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인 472명은 구명보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를 했고 결국 버큰헤드호와 함께 전원 수장됐다.
이 이야기는 1859년 스코틀랜드 작가 새무얼 스마일즈가 쓴 ‘자조론’(自助論)이란 책에 소개됐다.
60년 뒤인 1912년 영국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도 버큰헤드 정신으로 선장과 승무원 30여 명이 끝까지 배를 지키며 버큰헤드호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시 배에 탄 2천200여 명 중 1천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여자 승객 80%가 구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자가 어머니와 하녀를 탈출시키고 결국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같이 했다. 그 어머니와 하녀는 그 후 증기선에 의해 구조됐다.
네티즌들은 이 이야기를 퍼 나르며 세월호의 대처에 분노하고 있다.
아이디 ‘나경’은 “선장과 승조원들, 특히 선실에서 기다리라고 방송한 사람, 막 화나요. 구명조끼 입고 나와서 갑판으로 나오라고 했다면 훨씬 많이 구조됐을텐데. 나쁜 어른들입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별똥’을 아이디로 사용하는 네티즌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한 목숨이라고 더 구조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아이디 ‘pigeon605’는 “가슴이 먹먹해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래봅니다”라며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아직 살아있을지 모를 생존자들 구조를 위해 필사적으로 선체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18일 버큰헤드 정신이 발휘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