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인권위, 명동성당처럼 되었습니까

[현장 블로그] 인권위, 명동성당처럼 되었습니까

입력 2014-04-08 00:00
수정 2014-04-0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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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가 당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웃지만 나는 당신들이 모두 똑같아 보여 웃어요.”

최근 한 ‘페친’(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친구)이 “참 멋지지 않으냐”며 사진 한 장을 공유했습니다. 꼬질꼬질한 옷차림의 흑인소년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날리는 발칙한 문구가 적힌 담벼락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수와 다르다는 것이 ‘틀림’은 아니며 개인적 차이와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가 인권이라고 소년은 말없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의미심장한 사진을 공유한 페친은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입니다.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을 지낸 여성문제 전문가였죠. 하지만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2009년 취임 뒤 조직을 독단적으로 운영하자 임기 100일을 남기고 인권위를 떠났습니다. “인권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며 인권위와 인권위원의 생명은 독립성”이라고 여기는 그의 눈에 현 위원장은 생각이 퍽 다른 듯 보였습니다. 그는 ‘정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수장의 태도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2009년 12월 인권위원 다수가 “용산참사 사건 재판에 인권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고 하자 현 위원장은 회의를 강제로 끝내며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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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문 위원장만의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우리 인권위의 취약한 독립성 등을 문제 삼아 ‘등급 결정 보류’ 판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권위가 태생적으로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입법하라는 권고를 통해 국가 질서와 인권이 충돌할 때 개인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역할을 보여줬습니다. 인권위가 2003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계획에 반대하자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는 그런 일 하라고 만든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현 위원장은 2009년 8월 취임 초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권위가 억눌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명동성당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임 5년을 앞둔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위원장님의 인권위는 명동성당이 됐는지요?”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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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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