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장사해도…자신의 과일트럭에서 삶 포기한 가장

10년 장사해도…자신의 과일트럭에서 삶 포기한 가장

입력 2014-03-30 12:00
수정 2014-03-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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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트럭에서 과일을 팔며 성실히 살아온 50대 가장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유일한 생계 수단이던 자신의 트럭 안에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낮 12시 36분께 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 과일을 실은 채 주차된 화물트럭 안에서 A(53)씨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져 있는 것을 근처 노점상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차 안에 유서는 없었고 빈 소주병 2병 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신고자는 “A씨가 원래 매일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며 “사흘이 지나도 똑같은 자리에 차가 세워져 있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에 안을 들여다보니 A씨가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결혼 후 식당에 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해오다 돈벌이가 제대로 되지 않자 10여년 전부터 트럭에 과일과 채소 등을 싣고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등지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시작했다.

A씨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가락시장과 노량진시장 등을 오가며 물건을 떼 와서는 오전 2∼3시까지 장사하다 퇴근하는 날이 잦았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불경기 등으로 장사가 안 되면서 형편이 여의치 않아졌다. 사람들은 최씨의 과일 트럭을 외면하고 인근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등지를 찾았다.

A씨는 지하철역 인근에서 손님을 끌기가 어려워지자 아파트 단지에서 열리는 장터를 주로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파트 장터에서도 생각보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았다. 오히려 트럭 기름 값이 더 들었고 장사를 하는 대가로 아파트 관리소에 요금을 내는 것도 벅찼다.

외상으로 겨우 물건을 떼왔지만 그마저도 다 팔지 못해 썩어서 버리기 일쑤였다.

A씨는 월세로 얻은 단칸방에서 부인, 자녀와 함께 살았다. 최근에는 월세가 많이 밀려 집주인이 장사하는 곳까지 찾아와 “방세를 내라”며 독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주변 상인에게 “장사가 너무 힘들다. 빚이 쌓여간다”며 생활고를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10년 넘게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낡은 과일 트럭 안에서 쓸쓸히 삶을 마감해야 했다.

A씨의 형은 “동생이 일용직 일을 하는 내 처지를 알면서도 최근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며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차상위 계층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느라 바빴고, 부인은 몸이 아파 미처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지도 못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곁에서 오랫동안 A씨를 지켜봐 온 노점상 이모(58)씨는 “고인이 참 착하고 성실한 성품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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