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AI농가 절반, 손실액 80%만 보상…불만 목소리

충북 AI농가 절반, 손실액 80%만 보상…불만 목소리

입력 2014-03-16 00:00
수정 2014-03-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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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휴업제’·’입식 제한’ 등 AI 차단 근본대책 마련 시급

충북 지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가금류 살처분 보상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이 이뤄졌더라도 나중에 가금류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 손실액 전부가 아닌 80%만 보상돼 피해 농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 충북도연맹과 전국양계협회 충북도지부는 지난 1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피해 농가의 손실액을 전액 국비로 보상하라”고 요구한 것도 보상이 미흡한 데 대한 농민들의 반발심리가 내포돼 있다.

◇ 살처분 농가 절반 넘게 보상 전액 못 받아

지난 1월 말 진천군 이월면의 한 종오리농장을 시작으로 지난 6일까지 도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7차례다.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 안쪽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면서 피해 농가는 102곳, 살처분 가금류는 174만4천여 마리로 늘었다.

예방적 살처분과 병행해 정밀검사가 이뤄지면서 102개 농가 중 54개 농가의 가금류가 AI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의심 신고만 되지 않았을 뿐 절반이 넘는 농가의 가금류가 이미 AI에 노출된 것이다.

이들 농가 중 3곳에서는 AI 항체까지 검출됐다. 감염 후 자연 치유가 된 것으로, AI에 감염된 지 꽤 시일이 지났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농가는 손실액 전부를 보상받을 수 없다.

특히 AI 항체가 확인된 농가 3곳은 신고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손실액의 20%밖에 보상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 농가는 “오리가 사료를 제대로 먹고 폐사하지 않아 감염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방역 당국은 “농장주가 이상 징후를 몰랐을 리 없다”며 보상금 삭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북이면 대길리의 한 육용 오리 사육 농가는 “예방적 살처분에 동참했는데 AI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감액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겨울철 휴업제’·’입식 제한’…AI차단 근본책 마련 목소리

충북도는 살처분 농가 102곳에 지급할 보상금이 1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금류 67만1천여 마리가 살처분됐고, 274만여 개의 종란이 폐기됐던 2003년 당시의 보상금 61억8천300만원의 2배나 되는 금액이다.

보상금 총액 중 국비 80%를 제외한 20%는 지방자치단체 몫이다. 재정이 취약한 충북도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지난달 7일 예방적 살처분과 도축장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전액 국비로 보상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144개 유형에 달하는 AI 바이러스 백신을 각각 만들어 병아리나 새끼오리에 접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I 매개체인 철새가 도래하는 겨울철에는 가금류 입식을 중단하는 ‘겨울철 휴업제’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오리·닭 사육을 중단하면 AI 파동은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살처분이 이뤄진 102개 농가 중 축산기업에서 새끼오리와 사료를 공급받아 키운 뒤 수수료로 오리 가격의 20%가량을 받는 계열 농장은 74곳에 달한다.

충북도는 이런 농장의 가금류 입식을 겨울철에 중단시키는 대가로 휴업 보상금을 지급해도 20억 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보상금 추정액 125억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철새 서식지 주변에 가금류 입식을 제한하고 농장 간 거리도 1∼2㎞로 규제하면 AI 발생도 그 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철새가 날아다니는 하늘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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