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시달린 40대 여성 납치 자작극…11시간 만에 발견
13일 오전 9시쯤 울산 주택가의 집에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이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이모(42·여)씨였다. “남자 2명에게 납치됐다. 지금 계좌로 돈 20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죽인다고 한다”는 이씨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이 내용은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언니 등에게 문자메시지로도 전해졌다. 가족은 즉시 112에 신고했다.경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위치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평소 빚이 있는 이씨가 악덕 채권 추심업자에게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휴대전화 신호가 감지된 기지국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수색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날 오후 2시쯤 이씨가 다시 한번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이번에도 역시 빨리 돈을 보내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기는 다시 꺼졌다.
하지만 이씨의 휴대전화는 잠시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위치는 남구 삼산동의 한 기지국 주변에서 일정하게 잡혔다. 경찰은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등 형사요원 12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탐문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신고 접수 11시간이 지난 오후 8시 13분쯤 삼산동의 한 사우나에 있던 이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카드대출과 사채 등 4000만원의 빚 때문에 고민하다가 가족을 상대로 납치 자작극을 벌여 돈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경찰력 낭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가족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돈을 받으면 ‘괴한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풀려났다’고 둘러댈 작정이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에 휴대전화 전원을 켠 것은 돈이 입금됐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당한 경찰력이 낭비됐고 이는 곧 다른 시민이 치안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